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 의정갈등이 이어지며 전국 곳곳 병원들이 경영난을 겪는 가운데 지난 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복도에 병상이 놓여 있다./연합뉴스

국내 대형 병원들이 수도권에 전체 6600여 병상 규모의 분원을 짓기로 한 가운데, 정부가 이 중 4800여(73%) 병상은 짓지 말라는 공문을 지자체에 발송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수도권에 대형 병원들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서면 가뜩이나 부족한 지역 병원의 의사·환자가 수도권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가 ‘전국 병상 대(大)수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수도권 대형 병원 분원 설립에 제동을 걸기는 처음이다.

1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8일 전국 70곳 가운데 63곳(90%)에 ‘병상 과잉 상태이니 병상을 더 짓지 말라’는 공문을 보냈다. 복지부는 5년마다 전국을 70지역으로 나눠 병원의 병상 수가 적절한지 분석해 적정 규모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병상 과잉’으로 분석된 지역은 병상을 차츰 줄여나가야 한다. 병원 설립 허가는 지자체장 권한이지만, 지자체장은 복지부가 지역의 병상 규모가 과잉이라고 판단하면 병원 설립을 허가할 수 없다.

이 가운데 문제가 되는 건 수도권이다. 복지부는 대형 병원들이 분원 설립을 계획한 수도권 지역 대부분을 ‘병상 과잉’으로 판단했다. 현재 대형 병원 분원이 들어서기로 한 수도권 지역은 서울 송파구(가천대길병원), 인천 청라(서울아산병원), 경기 시흥(서울대병원), 김포(인하대병원), 파주·평택(아주대의료원), 과천·남양주(고려대의료원), 인천 송도(연세의료원), 경기 하남(경희의료원) 등 10곳(6600여 병상)이다. 복지부는 이 중 송도·과천·하남 등 3곳을 제외한 병원(4800여 병상) 7곳이 들어설 지역은 ‘병상 과잉’이라고 판단했다. 우리나라 전체 병상 수는 2021년 기준 인구 1000명당 12.8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많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보다 수도권 병원 쏠림이 더 심해지면 지방 병원은 공실이 넘쳐나 무너진다”며 “이번부터 본격적으로 병상 수를 관리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대규모 대형 병원을 지을 땐 병원이 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의료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