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요 수련병원들이 이탈 전공의들의 사직 수리 시점을 올해 2월 29일 자로 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서울 빅5 병원 등은 6월 4일 자로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처리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또 대형 병원 상당수는 오는 15일까지 복귀하지 않거나 사직·복귀 여부 응답을 하지 않은 전공의들은 복귀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일괄 사직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복수의 의료계 관계자들은 “빅5 병원 등이 정부 방침대로 전공의 사직을 처리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공감대를 갖고 사직서 수리 시점을 6월로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했다. 전공의 비율이 높은 빅5가 사직서를 6월로 수리할 경우 다른 병원들의 결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 정부가 오는 9월 하반기 모집에 전공의들이 ‘같은 과, 연차’로 복귀할 수 있도록 수련 특례를 적용한 만큼, 빅5로서는 조금이라도 복귀율을 높이기 위한 방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수련병원협의회는 지난 9일 전공의들 요구에 따라 사직 수리 시점을 이들의 이탈 직후인 2월로 하기로 합의했으나, 정부는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 6월 이후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빅5도 당시 수련병원협 논의에 참여했지만 이와 별도로 자체 법률 검토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사직서를 2월로 처리할 경우, 전공의들이 ‘그동안 부당하게 사직서를 수리해주지 않았다’며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부 전공의와 교수들은 사직이 6월로 처리되면 지난 2월 이후 현장을 벗어난 것이 무단 이탈로 간주돼 추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한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가 전공의들을 갈라치기 하면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의비는 “지역 필수 의료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공언과는 반대로 전공의는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학 병원과 한국 의료의 붕괴가 빨라지고 향후 2년간의 의료 공백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