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17일 800여명의 전공의를 사직처리 했지만,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땐 30여명만 뽑겠다고 보건복지부에 신청한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사직 전공의의 3% 수준만 하반기에 뽑겠다는 의미다. 국내 대형 병원의 간판격인 서울대병원의 수술·진료 파행이 최소 내년 초까지 이어지게 됐다.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의 전공의는 830명 정도다. 이 전공의 거의 전부는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사표를 내고 병원을 이탈했다. 서울대병원은 17일 이들의 사표를 수리했다.
정부는 서울대병원이 사직 처리한 800여명을 결원으로 보고, 하반기 전공의 모집 때 800여명을 뽑겠다고 신청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은 소속 전공의들이 개원을 하거나 다른 병원의 봉직의로 취직할 수 있게 사표는 수리하면서도, 하반기 모집 인원은 사표 처리 인원의 3% 정도인 30여명만 정부에 신청했다는 것이다.
서울대 관계자들은 “이 30여명은 17일 일괄 사표 처리 인원과는 관련이 없고, 그 이전에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발생한 일반적 결원”이라고 했다. 17일 대거 사표를 수리한 ‘(거취를 안 밝힌) 무응답 전공의’와 ‘사직 의향 전공의’의 빈 자리는 사실상 충원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이를 두고 서울대병원 안팎에선 “각 과 교수들의 반발이 심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일부 교수들은 “만약 사직 인원 전원을 하반기 모집 때 새로 뽑겠다고 할 경우 우리도 병원을 떠나겠다”고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인사들은 “일괄 사직 처리는 병원장 권한이지만, 이 중 하반기에 몇 명을 모집할지는 각과 교수와 최선임 전공의(치프)들의 의견이 강하게 반영된다”며 “서울대병원 수뇌부가 정부와 소속 교수들의 압박 사이에서 하반기 30여명 모집 카드를 택한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병원은 국내 5대 대형 병원(빅5) 중에서도 전공의 비중이 40% 후반대로 가장 높다. 지난 2월 전공의 집단 이탈로 서울대병원의 수술·입원은 반 토막이 났다. 그런데 서울대병원이 올 하반기에 전체 전공의의 3% 수준인 30여명만 충원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중환자들의 수술 및 입원이 지연되는 파행이 최소 내년 초까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전북대병원은 17일까지 사직 인원과 하반기 모집 정원도 복지부에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대병원은 소속 전공의들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