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수련 병원의 ‘미복귀 전공의’ 7648명이 사직 처리된 것으로 18일 집계됐다. 전체 전공의(1만3531명)의 56.5%다. 아직 사직 처리되지 않은 전공의 상당수도 조만간 사직서가 수리될 가능성이 커 사직 규모는 1만명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18일 오후 2시 기준) 전공의를 채용한 151개 병원 중 110개 병원에서 사직 처리 결과를 제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정부는 각 수련 병원에 “15일까지 전공의 복귀·사직 여부를 확인해 결원을 확정한 뒤 17일까지 올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신청해 달라”고 했다. 이에 빅5 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등 주요 병원은 복귀·사직 여부를 끝까지 밝히지 않은 ‘무응답’ 전공의들을 사직 처리했다.
전국 수련 병원은 올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으로 총 7707명을 신청했다. 22~31일 진행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엔 ‘지역별 지원 제한’도 없다. 지방 병원의 사직 전공의들이 빅5 병원을 비롯한 수도권 병원에서 수련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병원 41곳은 전공의 사직 처리 결과를 아예 제출하지 않았다. 일부 병원은 무응답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를 보류하거나, 사직 처리하고도 하반기 모집 인원은 늘리지 않겠다고 했다. 교수·전공의들의 반발 때문이다. 빅5 병원 전공의 사직률은 약 92%로 집계됐다. 다만 서울대병원은 전공의 739명을 사직 처리하고도, 하반기 모집에선 191명만 뽑겠다고 신청했다.
각 병원이 신청한 하반기 모집 인원(7707명)은 작년 하반기 모집 정원인 600여 명 대비 10배 이상 많다. 하지만 대다수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얼마나 지원할지는 미지수다. 의료계에선 “전공의 복귀가 미미할 것으로 보여 수술·진료 파행이 최소 내년 초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사직 전공의 상당수는 지역 병·의원에 일반의로 취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이날 “9월 복귀 시 제공하기로 한 수련 특례 외에 추가 유인책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올 하반기 복귀자에 한해서만 ‘사직 후 1년 내 같은 과·연차로 복귀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9월 모집을 통해 복귀하는 전공의들에 대해선 군 입영 연기 특례를 적용할 예정이지만,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들은 의무사관 후보생으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입대해야 한다”고도 했다.
의대생 때 군에 다녀온 사람 등을 제외하면 전공의 대부분은 ‘의무사관 후보생’이다. 이들은 수련을 마친 뒤 입대하는 조건으로 병역을 연기 중이다. 수련 도중 사직하면 입영해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로 37~38개월 복무해야 한다. 군의관·공보의는 매년 3월 한 차례 입영한다. 이번에 사직 처리된 전공의들은 일단 내년 3월 입영 대상이 되는 것이다.
김국일 정책관은 “보통 군의관은 매년 700~800명을 뽑는데, 미복귀 전공의가 한꺼번에 내년에 군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1년 이상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입영 대상이 너무 많으면 본인 뜻과 무관하게 2026년 이후 입영해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의무사관 후보생들은 육군 등 일반병으로 입대할 순 없다.
교수들은 이날 정부 발표에 반발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하반기 모집으로 전공의를 갈라치기 하려는 정부의 꼼수는 결국 지역·필수 의료 몰락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