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스1

정부의 요구에도 ‘미복귀 전공의’들을 사직 처리 하지 않은 전국 수련 병원은 기존 전공의 복귀를 계속 설득해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이 병원들은 교수들의 반발이 큰 데다, 사직 처리 후에도 기존 전공의 빈자리를 채우기 어렵다고 보고 사직 처리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방 병원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 때 저조한 지원율이 예상되는 만큼 기존 전공의를 지키는 데 주력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양대구리병원, 칠곡경북대병원 등 41곳은 사직 처리 결과를 복지부에 제출하지 않았다. 정부가 사직 처리 결과를 제출하지 않으면 내년도 전공의 정원을 감축하겠다고까지 했는데도 내지 않은 것이다. 또 경북대병원, 경희대병원, 영남대병원, 울산대병원 등은 인턴과 레지던트 1년 차만 ‘임용 포기’로 처리하고 레지던트 2~4년 차의 사직 처리는 보류했다. 전공의 수 상위 50곳 병원 중 26곳은 전공의 사직률이 30%가 채 안 됐다. 14개 비수도권 국립대병원 사직률은 27.4%에 그쳤다.

한 지방 대학병원 관계자는 “교수들이 정부의 ‘전공의 7월 사직 처리’ 방침에 반대하고 있고, 특히 우리 같은 지방 병원은 기존 전공의들을 사직 처리해도 올 하반기 모집을 통한 충원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현재 전공의 대다수가 복귀하지 않겠다는 분위기에서 서울 ‘빅5′ 등이 아닌 지방 병원 입장에선 기존 전공의들의 수도권 이탈을 막고 일부라도 붙잡겠다는 입장이다. 사직 처리가 안 된 전공의들은 22~31일 하반기 전공의 모집 때 빅5 등 다른 병원에 지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정부는 사직 처리된 전공의들이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응시하도록 최대한 유도할 계획이지만, 복귀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수도권 병원도 교수들이 하반기 모집에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사직 처리된 지방 전공의는 지원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미복귀 전공의 739명을 사직 처리하긴 했지만, 교수들의 반발로 올 하반기 모집 때는 인턴 위주로 191명만 뽑겠다고 했다.

서울성모병원 등 수련 병원 8곳을 산하에 둔 가톨릭중앙의료원의 일부 전공 교수들은 전공의 사직 처리에 반발하며 하반기 모집을 보이콧하겠다는 방침이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881명을 사직 처리하고, 하반기 모집 때 1019명을 뽑겠다고 신청했다. 하지만 외과 등 일부 전공 교수들은 채용 면접관으로 참여하지 않거나, 만약 새로운 전공의들이 채용되더라도 교육을 하지 않는 방식 등으로 이들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이 다른 병원으로도 확산할 수 있다.

빅5 병원과 고려대병원 소속 전공의 118명은 이날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병원장들을 직권남용 등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소했다. 전공의들 의사와는 무관한 7월 일괄 사직 처리 등으로 전공의들의 수련받을 권리 등을 침해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