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왼쪽)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뉴스1

범의료계 협의체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의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의료계 내에서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대한의사협회(의협) 주도로 출범한 올특위를 놓고 의료계 내부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19일 의협에 입장문 형식의 공문을 보내 올특위 해체를 거듭 요청했다. 협의회는 “(의협이) 올특위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를 주축으로 투쟁의 이해당사자인 전공의와 의대생을 포함해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전공의와 의대생 대표들의 불참으로 파행 운영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지난 13일 회의에서 시도의사회장단은 투표를 실시해 올특위 해체에 관한 의견이 찬성 13명, 반대 3명으로 취합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특위 해체 후 대표성이 있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정부를 상대로 투쟁할 수 있도록 (의협) 집행부가 전면에 나서 의대증원 저지 투쟁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달라”고 했다.

협의회에 이어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도 20일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올특위 해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위원장 요청으로 회의에 참석해 “올특위의 존재 이유를 알 수 없다”면서 해체를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의협이 일단 문을 열어 놓을 테니 전공의·의대생도 들어오라고 하는 것은 ‘의료개혁특위에 참여해 의견을 달라’고 하는 정부와 다를 바 없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의대생과 전공의가 참여하지 않고 의대 교수들도 불참을 밝힌 상황에서 올특위가 더 이상 존속할 명분이 없다는 주장이다. 교수 위원으로 올특위에 참여했던 최창민 전의비 위원장 등도 지금은 빠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의협 감사단도 최근 공문을 통해 “(의협) 집행부는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시도의사회 회장단, 감사단과의 좀 더 적극적인 소통이 요구된다”며 “집행부가 대전협, 의대협 비대위와 직접적인 소통 없이 일부 구성원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는 그들과 소통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올특위는 이런 요구와 지적에도 20일 열린 4차 회의에서 일단 현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임정혁 올특위 공동위원장(대전광역시의사회장)은 “걱정·우려를 고려해 충분히 논의했다”면서도 “위원장으로서 날개를 접는다는 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단은 조직을 유지하면서 전공의와 의대생의 참여를 계속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올특위 측은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향후 운영 방향과 계획에 관해서도 설명할 예정이다. 올특위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의협이 의료계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대정부 협상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전공의와 의대생은 물론 시도의사회장, 의대 교수들도 해체를 주장하고 나선 만큼 향후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