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채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된 2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전공의 모집 관련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뉴시스

지난 2월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1만2000여 명 중 군의관이나 공보의로 입영해야 하는 전공의가 3480명인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전체 전공의의 30% 수준이다. 이탈 전공의들은 “1년 쉬고 복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내년 초 복귀하려 해도 못 하고 군대에 가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병무청은 최근 이탈 전공의 1만2000명 중 입영 대상자가 3480명이란 걸 확인했다고 한다. 이탈 전공의 대부분은 현재 ‘복귀·사직’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어 자동 사직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전공의는 수련 시작 전 의무사관후보생으로 미리 등록을 한다. 병역 규정상 이들이 수련 과정에서 중도 사직하면 빠른 시일 내 군의관(군에서 근무)이나 공보의(보건소 등에서 근무)로 입영해야 하는 대상자가 된다. 사직 후 다른 병원에 전공의로 들어갔다고 해도, 입영이 연기되지 않는다. 국방부는 매년 3월 군의관 700~800명, 공보의 250~500명 등 최대 1300여 명을 배치한다.

이에 정부는 22일부터 시작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때 복귀하는 전공의들에 한해서만 입영 시기를 전공의 수련 후로 연기해주는 ‘병역 특례’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만일 입영 대상 전공의 3480명이 하반기 모집 때도 돌아오지 않으면, 관례상 1300여 명은 내년 3월에 군대를 가야 한다.

의료계에선 “3480명 전원이 군대를 가기 위해선 3~4년이 걸릴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전공의들뿐만 아니라 의대만 졸업하고 일반 대학원 등에 진학해 입영 연기를 신청한 군의관·공보의 후보생도 현재 1100여 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내년에 입영하지 못한 전공의들은 입영 통보를 받으면 곧바로 입대해야 하는 ‘입영 대상’으로 계속 분류된다. 다른 병원에서 전공의 생활을 시작하기 어렵다. 의원 개업을 해도 영장이 나오면 폐업하고 입대해야 한다. 박단 전공의 대표는 최근 서울시의사회에 “사직 전공의들이 개원가에 취직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지만, 취직을 해도 입영 통보를 받으면 입대해야 한다.

한편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22일 입장문을 내고 “하반기 모집 전공의들을 제자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 자리는 우리 세브란스 (사직) 전공의를 위한 자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