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의료계가 ‘통일된 의대 증원안’을 마련하지 않아도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재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정부는 그동안 의료계가 ‘통일된 의대 증원안’을 제시해야, 현 고2가 입시를 치르는 2026학년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젠 이 전제 조건 자체를 없애겠다는 뜻이다. 정부 일각에선 “전공의들이 재논의에 참여한다면 2026학년도부터는 내년도 의대 증원분(1509명)보다 적은 인원이 증원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러 정부 관계자들은 “의료계가 반발하는 핵심 이유는 결국 의사 수 확대”라며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 더 유연하게 대처하자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했다.
실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8일 정부 브리핑에서 “전공의가 의료계와 함께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에 참여해 의견을 제시한다면 2026학년도 이후의 (의사 수) 추계 방안에 대해서는 보다 객관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정부 브리핑에서 빠지지 않았던 ‘의료계 단일안이 제시되면’이란 전제를 빼고, ‘전공의가 대화에 참여하면’ 2026학년도 정원을 재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기존 입장에서 너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2월 “2025년부터 5년간 의대 정원을 매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었다. 5월엔 “내년에 한해 1509명을 증원하겠다”고 물러섰다. 이후 “의료계가 단일안을 갖고 오면 2026학년도부터 증원 규모를 재논의하겠다”고 했다가, 이번엔 “의료계가 대화에만 참여하면 2026학년도부터 증원 규모를 재논의할 수 있다”며 연거푸 물러섰다.
의료계 반응은 싸늘하다.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부터 백지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선 정부도 완강하다. 정부 관계자는 “2025학년도 입시안은 이미 발표가 돼 수험생들이 그에 맞춰 입시 준비를 하고 있어 취소가 불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