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전공의 모집 마감일인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시내의 한 대학병원 내 전공의 모집 공고 안내문 앞으로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전국 수련병원 126곳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한 전공의가 104명에 불과한 것으로 1일 집계됐다. 총 모집 인원(7645명)의 1.4%다.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복귀를 위한 추가 모집·대책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고 이날 “8월 중 전공의 추가 모집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달 22~31일 진행된 전국 수련병원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 지원자는 인턴 13명과 레지던트 91명 등 총 104명이었다. 이른바 서울 빅4 병원은 모집 인원이 1866명이었지만, 지원자는 31명(1.7%)이었다. 삼성서울병원이 20명, 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병원이 각각 6명·5명이었고, 서울아산병원은 지원자가 아예 없었다. 또 빅5 중 한 곳인 서울성모병원 등 8개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지원자가 총 14명, 고려대의료원은 1명이었다. 지방 병원은 지원자가 ‘0명’인 병원이 대다수였다.

전공의 지원율이 정부 기대에 크게 못 미치자, 복지부는 이날 “전공의들에게 수련 복귀 기회를 최대한 주기 위해 이달 중 추가 모집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상세 일정은 이달 초 공고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더라도 추가 대책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틀 만에 번복한 것이다.

빅5 병원 한 교수는 “정부가 마지막까지 전공의 복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려는 것일 뿐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건 정부도 잘 알 것”이라며 “전공의들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 없이는 복귀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올 하반기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는 수련 특례 적용이 안 돼 내년 상반기 복귀가 불가능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한 의료계 인사는 “전공의들은 ‘결국 내년 3월 모집 때도 정부가 수련 특례를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라고 했다.

의사·의대생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하반기 전공의 모집 지원자들에 대한 신상 공개와 조리돌림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하반기 지원 예정자의 실명과 소속 병원, 출신 학교, 가족 정보 등을 적은 글도 여러 건 게시됐다. 일부는 지원자들을 가리켜 “배신자” “빈집털이범” “성적 하위자”라며 “집단 린치 아니면 (지원자들을) 못 막는다” “한국에서 의사 하게 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이 같은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 지역 대학병원장을 지낸 한 교수는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른데 나와 다른 선택을 하거나 다른 주장을 한다고 해서 집단 공격을 가하는 것은 정상적인 행태로 볼 수 없다”며 “이런 행태가 이어지면 대다수 국민이 등을 돌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