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사진 촬영을 위해 그리스 아테네 국립고고학박물관을 방문한 이철 전 연세의료원장. /이철 전 연세의료원장 제공

평생 신생아들을 진료해온 70대 의사가 자신의 사진을 엮어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데뷔했다.

우리나라 1세대 신생아 진료 전문의로 꼽히는 이철(75) 전 연세의료원장은 최근 ‘LA STRADA(길)’라는 제목의 포토 에세이를 냈다. 정년 퇴직 후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그리스 등 유럽 곳곳의 풍경을 직접 촬영하고 에세이와 함께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이 전 원장은 1970년대 초 연세대 의대 재학 시절 사진반(동아리) 반장으로 활동했다. 수업과 시험 때문에 야외 ‘출사’는 엄두도 못 내던 의대생 시절, 선배 의사들의 일상을 촬영해 ‘인턴의 24시’ 등을 주제로 사진전을 열었다. 이 전 원장은 “의대생 시절부터 그저 사진이 좋아서 어디든 다녀올 기회가 생기면 꼭 카메라를 챙겨다녔다”고 했다. 세브란스 병원장으로 있던 2010년엔 상명대 문화예술대학원 CEO 사진 최고위 과정도 수료했다.

2022년엔 자신이 찍은 풍경 사진으로 달력을 만들어 동료 의사, 환자 보호자 등에게 선물했다. 그의 사진이 한 제약사 신문 광고에 쓰이기도 했다.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의 미 타임지 표지 사진 등을 촬영한 박기호 사진가는 “이 전 원장의 사진 한 장 한 장엔 그의 고민과 호기심이 가득 차 있어 좋다”고 했다.

이 전 원장은 “말 못하는 미숙아 환자를 평생 봐오면서 때론 마음속 무거운 짐이 생길 때도 있었지만, 생애 틈틈이 ‘나그넷길’에서 만난 여러 사물을 카메라에 담으며 그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