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파행 사태가 벌어진 지난 6월 18일 충북 청주 충북대병원 로비가 한산한 모습. /신현종 기자

중환자를 전담하는 충북 지역 유일 상급종합병원(대형 병원)인 충북대병원 응급실이 14일 하루 문을 닫았다. 충북대병원은 이날 “14일 오후 2시부터 15일 오전 8시 30분까지 18시간 30분간 응급실 운영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6명 중 2명이 최근 병가 등을 떠나면서 응급실을 계속 24시간 운영하는 것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충북대병원처럼 한 지역의 중증 환자를 최종 치료하는 거점 국립대병원이자, 그 시·도에서 규모가 가장 큰 권역응급의료센터 병원의 응급실이 가동 중단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와 충북대병원은 “병가와 휴가 중인 응급실 전문의 2명은 늦어도 18일까진 복귀할 것이어서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휴가 중인 전문의 1명은 복귀 후 올 연말까지 휴직을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응급실 파행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의료계에선 “벼랑 끝에 선 응급실 상황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대형 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실은 중환자가 병원에 들어오는 첫 관문”이라며 “응급실이 무너지면 중환자 치료도 막히게 된다”고 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와 충북도는 충북대병원 응급실에서 결원 2명이 발생하자, 지난 12일 군의관 1명을 급파했다. 그런데 이 군의관은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아니라 뇌 질환 진료를 하는 신경외과 전문의였다. 게다가 이 신경외과 전문의는 “야간 당직을 서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한다. 뇌 질환 환자는 진료할 수 있지만 그 외 응급 환자는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는 뜻이었다. 결국 파견은 취소됐다.

이에 충북대병원 측에선 정부에 “응급의학과 전문의 자격이 있는 군의관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13일 “현재 보낼 수 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군의관이 0명”이라고 답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공보의(보건소 등에서 근무)가 아닌 군의관(군 병원 근무)으로 입대한다.

정부는 지난 7일 브리핑에서 “군의관을 응급 의료 쪽에 핀셋 배치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충분한 여력이 있어 대형 병원 응급실 운영이 중단되는 일은 없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형 병원 응급실 전문의 한 명의 공백도 메울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 결과가 충북대 응급실 셧다운(운영 중단)이란 것이다. 경남의 한 대형 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전공의 이탈이 7개월째 이어지면서 응급실 교수들은 극도로 지친 상태”라며 “응급실 전문의 한 명이라도 빠지면 그 병원은 물론 다른 병원의 응급실 운영까지 연쇄 중단될 수 있는 살얼음판 상황”이라고 말했다. 순천향대천안병원도 인력난으로 응급실 운영이 최근 중단·축소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충북대병원에 응급의학과 전문의 군의관을 재배치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응급의학과 교수들은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은 모두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데 현재 배치된 군의관 중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5명밖에 없다”며 “재배치라는 건 일시적 돌려막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