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사직 전공의·의대생으로만 구성된 정책자문단(가칭)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올해 의정 갈등 사태가 벌어지고 전공의·의대생이 공식적으로 정책 논의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 정책자문단에는 사직 전공의인 채동영 의협 홍보이사 겸 부대변인을 포함해 전공의·의대생 10명 정도가 참여한다. 이들은 매주 회의를 열고 전공의 수련 체계 개편·진료 면허제 등 정부의 의료 정책뿐 아니라, 사무장 병원·대리 수술 등 의료계 내부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발표할 계획이다. 의협 관계자는 “우선 자문단으로 출범해 독립적으로 운영하다가 유의미한 결과가 많이 나오면 의협 산하 정식 단체로 바꿀 계획”이라며 “정식 단체가 되면 현 사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전공의·의대생들이 의료계 논의에 참여하기 시작하면 향후 이들의 복귀 문제도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정책자문단 출범을 통해 전공의·의대생들이 복귀를 거부하는 ‘단일 대오’에서 벗어나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이들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중심으로 의대 증원 정책 전면 백지화를 포함한 ‘전공의 7대 요구안’이 아니면 복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난 6월 의협이 범의료계 협의체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를 출범했으나, 전공의·의대생의 불참으로 약 한 달 만에 사실상 해체되기도 했다.
채 이사는 본지 통화에서 “미래 의료의 주체이자 현 의료 사태 당사자인 전공의·의대생이 주도해서 의료 정책 의견을 내는 것이 옳지만, 그동안은 필요할 때만 의견을 묻는 등 소외받았다”며 “의료계의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마다 특정 직역·진료과에서 반대하는 경우가 잦았는데, 전공의·의대생은 순수한 의도를 갖고 옳은 방향으로 정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2월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1만3000여 명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낸 지 6개월이 지났다. 19일 기준 수련병원에 출근 중인 전공의는 1219명에 불과하다. 수련병원에서 사직 처리된 전공의 중 1144명은 다른 의료기관에 취업했다. 전문가들은 “전체 전공의 가운데 수련병원에 남은 10%, 사직 후 다른 병의원에 일반의로 취업한 10% 정도를 제외하고 아직 마음을 못 정한 나머지 80%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했다. 아직 사직 처리되지 않은 ‘사직 보류 전공의’, 사직 처리 후 다른 의료기관에 취업하지 않은 ‘미취업 전공의’가 최대한 복귀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의료 파행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