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병원 응급실 운영 파행이 지방에 이어 서울에서도 발생한 상황에서, 경기 남부의 응급·중환자 치료를 책임지는 수원 아주대병원 응급실도 셧다운(운영 중단) 위기에 몰린 것으로 확인됐다. 응급실 의사 절반이 사표를 냈다고 한다.
의료계 관계자는 22일 “아주대병원 일반 응급실에서 성인 환자를 보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14명 중 3명은 사직서 수리가 됐고 여기에 최근 4명이 추가로 사표를 냈다”고 했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도 “이대로라면 다음 달 응급실 문을 닫는 날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최근 사표를 낸 전문의 4명을 최대한 설득 중”이라고 했다.
아주대병원은 고난도 중환자 치료를 하는 최고 등급 병원(상급종합병원)이다. 응급 환자 수용 능력이 가장 뛰어난 권역응급의료센터로, 경기 남부의 간판격 응급실로 통한다.
그런데 이 병원 응급실에서 성인을 전담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14명 중 절반인 7명이 사표를 낸 것이다. 정부의 군의관 파견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재 급파 가능한 응급의학과 전문의 군의관은 없는 실정이다.
아주대병원 응급실 내원 환자는 하루 60~70명(소아 환자 제외)이고 이 중 절반은 입원한다. 중환자가 많다는 의미다. 이 병원의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쉬운 환자가 한 명도 없다. 남은 의료진은 죽어간다”고 했다.
전공의 이탈로 인해 응급실 의사들은 번아웃(극도의 피로) 상태다. 여기에 코로나 재유행으로 단순 감기 등 경증 환자가 예년보다 더 몰리면서 응급 의사들이 사직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의료계에선 “응급실들의 운영에 어려움이 시작됐다”는 말이 나온다. 앞서 충북대병원과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실이 셧다운된 데 이어, 서울의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응급실도 야간엔 심정지 환자 외 신규 환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