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응급중환자실.

이대목동병원은 서울 서부권의 중환자 최종 치료를 책임지는 최고 등급(상급종합병원)의 병원이다. 이곳 응급실은 응급실 중에서도 중환자 진료 인력과 시설·장비가 가장 잘 갖춰진 권역응급의료센터다. 하루 60여명의 응급 환자를 진료하는 서울 서부 거점 응급실이다. 이곳 응급실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서울 서부권 응급·중증 환자들의 생명이 위험해진다. 그런데 이곳 응급실 의사들도 올 2월 전공의 이탈 후 극도의 피로에 시달리고 있고, 응급실 셧다운(운영 중단) 위기에 몰렸다고 한다.

◇이대목동병원도 야간 셧다운 위기

남궁인 이대 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작가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23일 자기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응급실 진료 체계의) 붕괴는 확정됐다. 일말의 방법이 없다”며 “며칠 전부터 우리 병원도 밤 근무 결원이 생겼다. 그나마 막아내고 있던 인력이 이탈해서 밤중에 열두 시간 동안 권역 센터가 문을 닫을 상황이 됐다”고 했다. 서울의 이대목동병원 응급실마저 야간 셧다운(운영 중단) 위기에 몰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아 있는 교수들이 추가 근무를 서서 막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남궁 교수는 “현재 내 업무가 응급 진료 체계 붕괴의 상징이다. 내 존재가 시한폭탄을 그대로 증명한다”며 “여기(이대목동병원 응급실)는 하루 60명 정도를 진료하는 서울 한복판의 권역센터지만 듀티(당직)마다 (응급실) 의사는 나 혼자”라고 했다.

그는 “얼마 전 한밤 중에 서울 한복판에서 교통사고가 났다. 젊은 환자의 팔 다리가 터져나갔고 혈압이 떨어진다고 했다”며 “우리 병원은 (전공의가 이탈한) 올해 2월부터 정형외과에서 응급 수술을 한 적이 없다. (수용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고 했다. 이어 “한 시간 뒤 다시 전화가 왔다. 서울과 경기도의 모든 병원에서 거절당했다고 했다”며 “현재 수도권에서 팔과 다리가 부서져 뼈가 튀어나온 사람은 갈 곳이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팔과 다리가 터지면 안 되는 곳”이라고 했다.

이대 목동병원.

◇서울도 야간 교통사고 중환자 치료 못해

그는 “(119) 상황실에서 근무하는 교수님이 직접 내게 통화를 요청했다”며 “내일 언론에서 이 사건을 보고 싶지 않으면 우리 병원에서 받아서 살려달라고 했다”고 했다. 이어 “다들 거절했다면 권역센터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어떻게든 목숨이라도 붙여야 했다”며 “수용했더니 환자는 과연 뼈와 살이 마구 튀어나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밤새 근육 더미에서 범퍼 조각을 건져내며 그를 살렸다”며 “아침에 그는 수술을 받으러 다른 병원에 갔다. 아주 운 좋게 언론에는 실리지 않았다”고 했다.

◇”응급실에 오류 잡아내는 의사 없어”

그는 “권역응급센터의 의사의 뇌는 5 개가 기본이다. 인턴 둘을 제외해도 세 명 정도는 필요하다”며 “같은 의사여도 경험이나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나 피로도에 따라서 판단이 다를 수 있다. 초진을 보는 의사와 크로스 체킹(교차 확인) 해서 오류를 잡아내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 여기는 서울에서 가장 중환자가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곳이어서 서로가 잠깐씩이라도 토론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올바른 방향을 찾아야 한다”며 “1 명이 혼자서 판단하고 결정한 내용은 무조건 1번은 틀린다. 적어도 뇌가 2개 이상 교차해서 오류를 잡아야 하지만 (근무 시간대별로) 의사는 1명 뿐”이라고 했다.

◇”혼자 전화 받고, 환자 진료·처방·설명”

그는 “인근 병원에서 1~2시간에 2~3통씩 전화가 걸려온다. 그들은 환자를 받아줄 곳이 없어서 절박하지만 나도 절박하다. 119에서는 5분마다 전화가 온다. 30초씩만 들어도 6분”이라며 “그런데 5분마다 환자가 제 발로 걸어온다. 30초만 듣고 확인해도 시간당 6 분을 쓴다”고 했다. 또 “보호자나 환자의 개인 전화 문의도 온다. 요즘은 경기도나 강원도나 전남에서도 전화가 온다. 듣기만 해도 시간을 써야 한다”며 “모두 다 (혼자) 뇌로 판단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환자를 진료하고 오더를 내고 차팅을 하고 설명을 하고 중간 경과를 확인하고 영상을 판독하고 퇴원약을 처방하거나 전화해서 입원을 부탁하거나 타원에 진료 의뢰서를 쓰는 일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코로나 재유행에 호흡 곤란 환자 볼 여력 없어”

남궁 교수는 “그 와중에 코로나는 재차 유행 중이다. 코로나 환자도 응급실에 많이 온다”며 “전이암 환자도, 자리보전하는 뇌졸중 환자도, 치매 환자도 100세 노인도, 코로나에 걸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의식이 혼미하고 체온이 치솟고 혈압이 떨어진다. 그들을 입원시키는 일은 이제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누가 신경 쓰지도 않는다며 “격리 지침도 사라졌고 수가(건보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도 없어졌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코로나 환자를 그냥 다른 환자 옆에 입원시켜도 되는가? 현지침대로 중환자 옆에 코로나 환자를 두어도 되는가?”라며 “상식적으로 안 된다. 이전처럼 격리실이 필요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다른 병원에서는 받아주지 않아 결국 코로나 중환자를 다른 15명의 중환자와 함께 1개의 뇌로 본다”며 “혈압이 떨어지거나 호흡 곤란이나 통증을 호소해도 가볼 수가 없다. 몸이 1개고 뇌가 1개라서 신경 쓸 수가 없다. 이것도 예견된 시한폭탄”이라고 했다.

◇경증 환자에 신고 당해

그는 전공의 이탈 전의 응급실 문제도 그래도 남아 있다고 했다. 경증 환자의 쇄도다. 그는 글에서 “최근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는다는 고령의 환자를 받았다”며 “인지 기능이 떨어져 있었지만 수치가 나쁘지 않아 입원할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보호자는 부모를 모시는 울분을 토로하러 온 사람 같았다. 집에도 다른 환자가 있다고 울부짖으면서 모든 처치마다 담당의의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을 원했다”며 “(보호자는) 구멍 난 셔츠 차림으로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가 들어올 때마다 한 번씩 담당의를 소리쳐 부르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절실히 손길이 필요한 다른 14명을 두고 설명하러 가면 손짓으로 나를 불러서 인지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게 직접 납득시키라고 요구하며 ‘당장 입원을 시켜달라’고 또 소리를 질렀다”며 “반드시 입원 안 해도 되니까 모시고 귀가해도 된다고 했지만 보호자는 내 눈앞에서 핸드폰을 열어서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단히 모욕적이었다. 응급실이 터져나가는 와중에 경찰이 와서 그의 하소연을 들었다. 그리고 나를 조사했다”며 “나는 저지르지도 않은 일의 주동자가 되었다”고 했다. “경찰 조사를 받고, 보호자는 소리를 지르자 감정 조절이 어려웠다. 정말이지 평정심으로 일할 수가 없었다”고도 했다.

◇의사는 디스크 터지고 한쪽 눈 흐릿

그는 “기본적으로 업무 중에 쉬는 시간이 1분도 없다. 직원 식당에서 잠깐 밥을 먹는 게 사치”라며 “올해 초에 디스크가 터졌고 저번 달부터는 오른쪽 눈이 잘 안 보인다. 초점이 잘 안 맞아 어지럽고 틈틈이 목 뒤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며 오른쪽 팔이 저리다”고 했다. “더 이상 해서는 안 되는 일 같지만 하고 있다. 한 달도 못 버틸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육 개월이 넘었다”며 “붕괴는 확정되었다. 일말의 방법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