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사는 최모(30)씨는 최근 지인 결혼식에 갔다가 축의금 접수대가 아예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축의금 접수대가 있어야 할 자리엔 ‘축의금 접수 키오스크’가 한 대 놓여 있었다. 먼저 온 하객들은 키오스크 앞에 줄을 서 차례로 축의금을 내고 있었다. 키오스크 화면에 뜬 ‘신랑 축의’ ‘신부 축의’ 중 하나를 택해, 관계·이름을 입력하고 현금을 기계에 넣으면 식권·주차권이 나오는 방식이다. 최씨는 “좀 낯설긴 했지만, 막상 이용해 보니 축의금을 편하게 빨리 낼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MZ세대 예비 부부 사이에서 결혼식 때 ‘축의금 키오스크’를 비치해 두는 이들이 늘고 있다. 주로 축의금 접수대를 맡길 친·인척 등이 마땅치 않은 예비 부부들이 선호한다. 지난 4월 결혼한 신소라(33)씨는 축의금 접수대를 맡길 친척이 한 명이어서 축의금 접수대를 운영하면서 키오스크도 한 대 뒀다. 신씨는 “접수대를 맡은 친척도 접수대를 내내 지킬 필요가 없어 예식을 잘 지켜볼 수 있었다”고 했다. 이렇게 모인 키오스크 축의금은 결혼식이 끝난 뒤 곧바로 신랑·신부 측에 전달됐다. 이와 함께 축의금 명단과 금액이 엑셀 파일로 정리 제공돼 축의금 장부 정리 부담까지 덜 수 있었다고 했다.
축의금 키오스크를 설치하는 데는 ‘축의금 절도·사기’를 차단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축의금 접수대 앞이 혼잡한 틈을 타 축의금을 빼돌리거나, 빈 봉투를 내고 식권·기념품을 받아 갔다는 피해 사례들이 올라왔다. 11월 결혼하는 윤모(24)씨는 “키오스크로 축의금을 받으면 더 안전할 것 같아 빌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키오스크 기기 이용 비용은 20만원 정도다. 한 키오스크 대여 업체 측은 “결혼식이 많은 9~10월은 이미 예약이 꽉 찼다”며 “올 들어 소문을 타면서 작년 대비 매출이 50% 넘게 올랐다”고 했다.
그러나 키오스크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을 중심으로 “키오스크 이용법을 안내해 주는 직원의 도움을 받더라도, 축의 봉투를 사람에게 건네는 것보다 어렵고 불편하다”는 말도 나온다. “축의금은 하객 마음이 담긴 성의인데 기계로 받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반응도 있다. 최근 축의금 키오스크를 이용했다는 이모(74)씨는 “사람이 있던 자리를 기계가 대신하니 ‘축하의 장’이란 의미가 조금 퇴색하는 것 같다”며 “내 가족 결혼식이라면 반대할 것 같다”고 했다.
일각에선 키오스크 역시 다른 컴퓨터 시스템처럼 해킹 등 개인 정보 유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