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30일 “의료계가 참여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할 경우 2026학년도 의대 정원 규모 논의도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내년도 입시의 의대 증원은 되돌릴 수 없지만, 2026학년도부터는 재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안으로 미래 의료 인력 수급 추계·조정을 위한 논의 기구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또 올 하반기부터 800여 개의 중증 암 수술·마취 수가(건보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를 올리고, 전공의 지도 전문의에게는 최대 8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는 30일 제6차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의료개혁 제1차 실행방안’을 심의·의결했다. 특위는 “고령화에 따라 급증할 의료 수요 대응, 필수‧지역 의료 강화를 위해 필요한 적정 의료 인력 규모를 분석하고, 중장기 인력 수급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의료 인력 수급 추계·조정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2027년까지 총 3000여 개의 의료 행위에 대한 수가를 조정하기로 했다. 우선 올해 하반기 상급종합병원(대형 병원)에서 이뤄지는 800여 개의 중증 암 수술, 응급 진료 후 수술 등과 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마취 수가부터 올리기로 했다. 연간 5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내년 상반기에는 종합병원급까지 총 1000여 개(누적) 중증 수술과 마취 행위에 대해 수가를 올린다. 특위는 “그동안 저평가된 의료 행위에 대한 보상을 원가의 100%까지 받을 수 있도록 정상화하겠다”고 했다.
내년부터 전공의를 교육하는 지도 전문의에게 최대 8000만원이 지원된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지도 전문의가 업무 시간을 할애해 전공의를 밀착 지도할 수 있도록 연간 최대 8000만원까지 수당을 지급한다”고 했다. 전공의들이 수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연속 수련 24시간, 주당 수련 72시간으로 단축하는 시범 사업도 실시한다.
다음 달부터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 사업’도 시행한다. 사업에 참여하는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환자 비율을 3년 내 70%까지 올리고 일반 병상을 최대 15%를 감축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서울 ‘빅4(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 병원은 일반 병상을 15% 감축해야 한다. 전공의 비중도 현원 기준 40%대에서 20%대로 줄여야 한다. 또 상급종합병원의 응급 의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24시간 응급 진료에 대한 당직·대기 보상을 최초로 신설하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올 하반기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병원에서 24시간 상주하며 당직을 서는 인력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역 의료를 강화하기 위해 지역 중추 병원인 국립대병원에 내년부터 연간 2000억원씩 재정이 투입된다. 지역 국립대병원의 교수 정원을 내년에 330명 확대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7년에 1000명까지 확대한다. ‘계약형 필수의사제’도 도입된다. 내년에는 4개 지역, 8개 진료과(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흉부외과·신경과·신경외과) 전문의 96명에게 월 400만원의 지역 근무 수당을 지원한다. 지역 의료 기관에 장기 근무할 것을 선택한 전문의가 지자체와 계약하는 방식이다.
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오늘 발표한 1차 실행 방안은 그간 논의만 무성했던 과제들의 실천 로드맵을 제시하고 의료 체계 정상화를 위한 근본 해법 마련의 물꼬를 텄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중증·필수 분야의 적은 보상 문제를 해결하도록 2027년까지 불균형적 저수가 체제를 끝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