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부터 단식 투쟁에 들어간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31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제공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지난 26일 정부의 의대 증원과 국회의 간호법 통과를 규탄하는 단식 투쟁에 들어간 지 닷새 만인 31일 건강 악화로 단식을 중단했다.

의협은 31일 “임 회장이 의료공백 사태 수습을 촉구하며 의협 회관 앞마당에서, 농성장 내부 온도가 40도를 넘기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단식을 지속해 왔다”며 “당뇨·고지혈증 등 기저질환이 악화해 고통스러워했고, 부정맥 증상이 심화해 의식 저하로 위험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정맥 등 위험 증상에 대한 응급치료를 받고 회복해 투쟁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임 회장은 이날(31일) 열린 의협 대의원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미리 촬영해 둔 영상을 통해 인사말을 한 뒤 관계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단식장으로 이동했다. 이후 건강 상태 악화로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이날 총회에선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설치에 관한 투표가 진행됐지만, 투표 인원 189명(총원 242명) 가운데 찬성 53명, 반대 131명, 기권 5명으로 안건이 부결됐다. 일단 비대위는 출범하지 않고 현 집행부 중심 투쟁을 계속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의료계에선 “임 회장 취임 넉 달도 안 돼 비대위 설치 안건이 올라온 것 자체가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이란 말이 나왔다. 의협 대의원회는 임현택 집행부에 대한 재신임이 아닌 ‘경고’라고 했다. 김영준 부의장은 “비대위를 구성하면 집행부가 지금까지 무능했는데 앞으로 더 무능력해지지 않을까 싶어 반대한 대의원들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결사항전 자세로 강력한 투쟁을 하지 못하면 대의원들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전공의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총회에 참석해 임 회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며 “임 회장과 집행부는 해야 할 역할이 있다. 감당하지 못하면 물러나야 하고 물러나지 않으면 끌어내려야 한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의협과 임 회장은 14만 의사를 대표해 무엇을 하고 있느냐”며 “대전협 비대위는 본인 면피에 급급한 무능한 회장과 함께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일부 대의원은 지난 28일부터 회원들을 대상으로 임 회장 불신임 청원 동의를 받고 있다.

이날 의협 대의원 총회에선 정부를 향한 강경 발언도 쏟아졌다. 김교웅 대의원회 의장은 병원장과 병원 보직 교수 등을 향해 “단지 의사가 환자 곁에 있어야만 한다는 생각조차도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근 의협 대의원은 투쟁선언문에서 “싸움은 선제공격을 한 쪽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지치는 쪽이 지는 것이다.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이 싸움은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