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앞에서 의료대란 관련 대통령과 국회의 결단을 촉구하는 단식투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일 ‘2024년 추석 연휴 진료 안내문’을 통해 의사 회원들에게 “이번 추석에는 회원 여러분 스스로의 건강과 가정의 안녕을 먼저 지키시기 바란다”며 “추석 연휴에 24시간 진료가 어려운 응급의료기관·시설은 협회 회원권익센터로 ‘추석 연휴 진료 불가’를 신청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에겐 “의료대란을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는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기간 응급 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129 보건복지콜센터, 응급의료포털,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등) 또는 대통령실로 연락하기 바란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추석 연휴(9월 14일~18일)를 앞두고 최근 각 지자체와 의협에 ‘추석 연휴 응급진료체계 운영’ 협조 공문을 보냈다. 복지부와 각 지자체가 연휴 기간 응급의료기관 외에 ‘문 여는 병∙의원’ 신청을 받아 지정∙운영한다는 내용이다. 올해 추석 연휴 때는 문 여는 병·의원(당직 병·의원)을 예년(하루 평균 3600여 곳)보다 많은 4000곳 정도 운영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공문에는 ‘연휴 중 문 여는 동네 병·의원이 부족하면 신청하지 않은 의료기관 중 (지자체가) 직접 추가로 지정하고, 지정된 병의원이 진료를 하지 않으면 행정지도 등 불이익을 받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문 여는 병·의원으로 지정되면 연휴 일주일 전 통보를 받는다.

정부 측은 “예년 명절 연휴 때도 관련 공문에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의협 관계자는 “대통령실은 추석 의료 대란은 없을 것이고 진료 체계는 정상 가동 중이라고 했는데, 문 여는 병∙의원 확대는 그런 대통령실 입장을 부정하는 내용 아니냐”고 했다. 정부가 올해 추석 연휴 때 당직 병·의원을 예년보다 늘리겠다고 해놓고 제대로 된 협의도 없이 연휴 일주일 전에 당직 병·의원을 강제 지정해 통보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취지다.

의협은 이날 안내문에서 “의사도 국민”이라며 “의사가 건강해야 환자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또 “응급의료기관·시설 중 2월부터 발생한 정부 발(發) 의료대란으로 현재 의사 인력 부족과 배후 진료 붕괴로 24시간 진료가 어려운 병의원이 많다”며 “진료 능력이 안 되는데 응급환자를 받는 경우 환자를 더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고 했다. 의협은 “복지부는 응급의료기관이 부족할 경우 응급의료기관(시설)이 아닌 병‧의원 중에 연휴 기간 문을 열도록 지정하겠다고 밝히며, 진료를 하지 않을 경우 법에 따라 처벌을 한다고 한다”며 “정부가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는 것을 엄중히 경고하고 모든 법적 조치를 다해 회원 여러분을 보호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의협의 추석 연휴 진료 안내문과 관련,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임현택 의협 회장의 개인 생각 같다”며 “많은 의료인께서 십시일반 돕는 마음으로 병원 문을 열어서 연휴 기간 발생하는 의료 수요에 대응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협 안내문이 추석 응급 진료를 하지 말자는 취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데, 법률 위반 사항이 없는지 검토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