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경기도 구리시 교문동 한양대구리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에서 김창선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전기병 기자

지난 2일 오후 6시 경기 구리시 교문동 한양대구리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 응급실 입구에 “전공의 사직으로 인해 응급실 진료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안에서는 김창선(46) 응급의학과 교수가 유일한 의사로서 응급실을 지키고 있었다. 이 응급실은 2003년부터 경기 동북부 지역 응급 의료를 책임져 왔고, 2017년 정부 응급 의료 기관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전공의 이탈로 응급실 근무 인력이 부족해지자 현재는 전문의 한 명이 응급 환자를 모두 감당하고 있다. 전공의 이탈 전엔 전문의(교수) 1명과 레지던트 2명, 인턴 1명 등 총 4명이 환자들을 봤다. 의사 한 명당 보는 환자가 8명 남짓이었지만, 지금은 그 2배를 넘어선 것이다.

이날도 김 교수가 홀로 응급실 환자 19명을 동시에 보고 있었다. 모두 KTAS(한국형 중증도 분류) 2~3등급의 중증, 중등증(중증과 경증 사이) 환자였다. 그중엔 가슴 통증 환자 3명, 호흡곤란 환자 2명도 포함돼 있었다. 응급 환자가 5~7분 간격으로 밀려 들어왔다. 김 교수는 “(시간이 갈수록) 환자가 줄기는커녕 늘기만 한다”고 했다.

오후 9시가 되자 응급실에 중증 응급 환자가 20명을 넘어섰다. 김 교수는 응급실 내원 환자 중 꼭 필요한 응급처치를 우선적으로 했다. 이마가 2cm 찢어져 응급실을 찾은 한 80대 후반 환자도 꿰매진 못하고 관련 검사만 진행했다. 김 교수는 “머리에 출혈, 골절이 없는지 검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전공의들이 있었다면 봉합이 가능했겠지만, 지금은 손이 없다. 내일 다시 와서 꿰매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양인성

그는 청진기를 들고 환자들 사이로 빠르게 움직였다. 다른 병원으로부터 환자 전원 문의 전화를 받다가도, 침상에 누워있는 환자들 상태를 살폈다. 곧이어 다른 환자의 뇌 CT(컴퓨터 단층 촬영) 사진을 보면서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PA(진료 보조) 간호사가 김 교수 옆에 붙어서 검사 결과지를 보고 그의 진단서 작성 등을 도왔지만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은 김 교수 몫이었다.

김 교수는 “위태롭고 힘들지만 사명감 하나로 환자를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배후 진료과도 인력 부족으로 당직을 제대로 못 서고 있어 최종 치료가 안 되는 것도 문제”라며 “수술하려고 해도 마취과 의사가 3명으로 반 토막 나서 야간에 수술방을 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