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대형 병원인 분당서울대병원이 당분간 ‘사전 동의’ 없이 내원하는 뇌졸중 환자 등 중증 뇌혈관 질환자 응급 수술은 할 수 없다고 결정한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이 ‘수용 가능하다’는 답변 없이 온 뇌졸중 응급 환자를 받지 못하게 됐다는 뜻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설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서울에 있는 이른바 ‘빅5′(상위 5개 대형 병원)에 버금가는 병원이다. 병상 수는 빅5보다 적지만 치료 수준, 진료비 청구액 등은 다섯 손가락 안에 자주 드는 대형 병원이다. 올해 미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의 ‘세계 최고 병원 평가’에서도 서울아산·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대병원에 이어 국내 5위, 세계 81위를 차지했다.
뇌혈관 질환 중 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져서(뇌출혈) 발병하는 뇌졸중은 특히 응급·중증 환자가 많은 질환이다. 2021년 기준, 한 해 62만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치료 골든 타임(4시간 반)을 넘기면 신체 마비 등의 후유증이 남거나 사망한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최근 뇌졸중 등을 담당하는 뇌신경센터(신경외과·신경과) 교수들이 번아웃(극도의 피로)을 호소하며 사전 조율되지 않은 응급 수술은 하기 어렵다고 병원 측에 전달했다”며 “교수들의 뜻이 완고해 병원도 받아들였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모든 응급 뇌혈관 질환자를 받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사전 동의 없이 불시에 들어오는 환자에 대해선 응급 수술이 어렵다는 뜻”이라고 했다. 뇌혈관 질환 응급 수술 ‘전면 중단’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전공의 이탈 후 6개월간 당직과 외래 진료로 지친 교수들이 응급 뇌졸중 환자 수용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의료 소송 부담도 이번 결정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졌다.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 관계자는 “수술 중에 조율되지 않은 환자가 응급실에 내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만약 대기하다 잘못되면 법원은 수술하던 의사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고 했다. 의료계에선 “다른 병원에 미치는 파급이 작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