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수납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내년 수도권·비수도권 전공의 정원 배정 비율을 5:5로 조정키로 한 가운데, 의료계에선 “과목별 전공의 수련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정책” “가뜩이나 필수 의료과 전공의가 적은데, 지원율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이 같은 방침을 세운 것은 수도권·비수도권 의대 정원과 전공의 정원 간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현재 비수도권 의대 정원 비중은 66%지만, 전공의 배정 비율은 45%다. 이에 정부는 내년 비수도권 병원의 전공의 배정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역 의대 졸업 후 전공의들이 해당 지역에서 수련해 지역에 정착하는 비율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의료계에선 필수 의료과 사정을 고려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가령 심장혈관흉부외과는 수련병원 1곳당 전공의 티오(TO·정원)가 1~3명 정도다. 수도권 수련병원 60곳 가운데 21곳은 전공의 정원이 1명이다. 학회 측은 “1명의 전공의 티오를 지방으로 옮기면 그 병원의 심장혈관흉부외과 전공의가 없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관련 중증 수술의 50% 이상이 수도권 병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지방 병원의 정원을 증원하더라도 지방에서 근무하게 되는 전공의들이 수도권 병원으로의 순환 파견을 의무화 해야 한다”고 했다.

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수도권 병원의 산부인과 레지던트(전공의) 1년차는 2023년 114명에서 2024년 102명으로 12명(10.5%) 감소했다. 비수도권 병원은 2023년 31명에서 2024년 28명으로 3명(9.7%) 감소했다. 학회 측은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 병원 전공의 티오마저 줄면 산부인과 전공의 미충원 현상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했다.

비수도권 전공의 티오를 늘려도 필수 의료 기피 현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공의 정원이 증원된 비수도권 대학병원 13곳 중 6곳(세종충남대·창원경상국립대·충북대·경상대·강원대·전북대)은 올해 소아과 전공의 지원율 0%를 기록했다. 나머지 3곳(양산부산대·충남대·칠곡경북대)의 지원율은 20~25%, 4곳(경북대·부산대·전남대·제주대)은 50%에 그쳤다.

내년 수도권 전공의 티오가 줄면, 전원 복귀가 어려운 과도 생길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 ‘빅5′(주요 5대) 병원의 한 교수는 “내년에 복귀할 전공의들의 자리가 줄어들어 상황에 따라 전원 복귀가 어려운 과들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