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아산상 수상자로 선정된 임현석 베데스다 메디컬센터 원장이 우간다 현지에서 아이들을 진료하고 있다(왼쪽) . 고영초 요셉의원 원장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에는 쪽방 거주민과 노숙인 등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환자들을 무료로 진료해주는 요셉의원이 있다. 고영초(71) 원장은 서울의대에 입학한 1973년부터 현재까지 51년간 의료 봉사를 하며 3만여 명의 환자를 치료했다. 천주교 가정에서 태어나 신부가 되려 했지만, 의사가 된 것이 마음의 짐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쪽방촌 방문 진료도 시작했다. 쪽방촌에는 나이가 많거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많다. 고 원장은 “의사는 어떤 직업보다 봉사하기 좋은 직업이고, 그래서 성직자만큼 고귀한 일”이라며 “지금은 신부가 되지 않고 의사가 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내외에서 의료 봉사에 힘쓴 한국의 ‘슈바이처’들이 제36회 아산상 수상자로 24일 선정됐다. 이날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은 임현석(59) 우간다 베데스다 메디컬센터 원장이 아산상(상금 3억원)을, 고영초 요셉의원 원장이 의료봉사상(2억원)을 받는다고 밝혔다. 사회봉사상(2억원)은 국제 비정부 기구인 지구촌나눔운동이 받는다. 시상식은 오는 11월 25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임현석 원장은 2000년부터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의료 봉사를 하며 약 40만명 주민의 ‘주치의’로 헌신했다. 경북의대 재학 시절 우간다에서 활동 중인 학교 선배의 이야기를 듣고 아프리카 봉사를 꿈꿨다. 1999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이듬해 의대 동기인 아내와 어린 두 자녀와 함께 우간다로 떠났다. 2002년에는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 의원 문을 열었다. 임 원장은 다른 사립 병원 진료비의 30~50% 수준만 받고, 빈민 지역 주민이나 장애인 등은 무료로 진료한다. 의사가 없는 섬 지역에 진료소를 세우고, 이곳을 방문해 약 처방과 수술 등을 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우간다로 온 전쟁 난민들을 찾아가 의료 봉사도 한다. 그는 “제가 과분한 상을 받게 돼 감사하다”며 “약도 없이 뇌전증, 발달 장애 등으로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소아 환자들을 돕는 일에 상금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고영초 원장은 서울의대 가톨릭 학생회에서 의료 봉사를 시작했다. 졸업 후에는 서울 금천구 전진상의원에서 2주에 한 번 소외 계층 환자들을 무료로 진료했다. 이후 이주 노동자와 노숙인을 돕는 라파엘클리닉과 요셉의원에서도 의료 봉사를 시작했다. 현재 고 원장은 요셉의원의 유일한 상주 의사로 일주일에 4일 신경과·신경외과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안과 전문의인 고 원장 아들도 요셉의원에서 의료 봉사를 하고 있다.

지구촌나눔운동은 베트남, 몽골, 르완다 등 아시아·아프리카 개발도상국 8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제 비정부 기구다. 1998년 설립됐다. 이들은 개발도상국 농민들에게 연 1% 수준의 낮은 이자로 가축 구입비를 대출해 주는 ‘암소 은행’ ‘가축 은행’ 등 사업을 하고 있다. 가축이 먹는 건초와 사료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사료 은행’ 사업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