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을 모시는 장사 방식으로 화장이 일반화된 가운데, 고령화로 인해 사망자 수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전국의 납골당은 포화 상태다. 지난 29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연화장의 야외 벽면에 설치된 봉안 시설이 거의 빈자리 없이 가득 차 있다. /고운호 기자

고령화 추세로 갈수록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봉안 시설뿐 아니라 화장(火葬) 시설도 부족해지고 있다. 특히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에선 화장로가 부족해 3일장을 마치고도 1~2일 뒤 화장을 하거나, ‘야간 화장’을 선택하기도 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전국 화장로는 391기로 2018년(347기)에 비해 12.7% 늘었다. 그런데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새 사망자 수는 18%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사망자 가운데 화장을 선택하는 비율도 86.8%에서 92.5%로 올라갔다. 이에 따라 최근 수년간 화장로당 일평균 화장 건수가 증가했다. 부산시의 일평균 화장 건수는 2018년 61건에서 지난해 68.9건으로 증가했다. 전국 화장장의 상당수가 현재 포화 상태다. 이 같은 현상은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에서 더 심하다.

반면 일본의 경우 화장장 1400곳에 화장로가 5320개 있다. 일본은 2022년 기준 화장장 한 곳당 약 1130명의 장례를 담당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같은 해 한 곳당 5608명을 화장해 5배 가까운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다 보니 장례를 마치고도 며칠씩 화장을 위해 대기하거나, 밤에 화장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화장이 가능한 다른 지역으로 ‘원정 화장’도 빈번하다. 화장장에선 통상 오전 10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하루 4차례 화장을 진행한다. 그런데 시신이 밀려들다 보니 오전 8시부터 화장을 시작하고, 오후 6시 이후에 화장로를 추가로 가동하기도 한다. 한 화장장 관계자는 “화장장 근무자들에게 적정 근무와 휴식 시간을 보장해주기도 힘들 지경”이라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화장 시설 부족으로 ‘장사 대란’이 현실화된 후 몇몇 지자체가 화장로를 짓기로 했다. 경기도 양주시는 화장장 신설을 추진하고 있고, 경남 거창, 충남 천안 등에서도 화장로를 신규로 건립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화장터 인력 충원과 ‘스마트 화장로’ 도입을 통해 화장로 가동을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시설 확충을 더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장례협회 관계자는 “화장장은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심한 혐오 시설이고, 각종 법적, 제도적 절차도 까다로워 지금 지자체들의 화장로 확충 계획보다 실제 건립과 가동은 더 늦어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