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醫政) 갈등의 초점이 ‘2025학년도 정원’에서 ‘2026학년도 정원’으로 옮겨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모든 의사가 소속된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금까지 “내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 없인 대화도 없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정부는 “2026학년도 정원은 재검토할 수 있지만, 내년도는 불가능하다”고 맞서 왔다.
그런데 의협은 지난 30일 “내년도 의대 증원을 피할 수 없다면 2026학년도부터는 (의대 정원) 감원이 가능하다는 걸 법적으로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의 축소가 가능하다고 정부가 보장하면, 내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를 고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여지를 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1일 “정부가 제안한 ‘의료 인력 수급 추계 위원회’(인력 추계위)에 의료계가 참여하면 2026년부터 의사가 어느 정도 필요한지 다시 추계 조사를 하게 될 것”이라며 “조사 결과가 ‘감원해야 한다’고 나온다면 감원할 수 있다”고 했다. 의료계 내에서도 “정부 발표대로, 인력 추계위에 의료계 추천 전문가 과반이 들어간다면 내년도 의대 증원분만큼, 2026학년도에 감원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정부 안팎에선 “2026학년도 이후 의사 수 추계 조사에서 감원을 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오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매년 배출되는 의사와 전문의 수 등이 정해져 있어 미래 필요 의사 수의 경우 계산하기가 쉬운 편이라는 것이다. 누가 조사를 해도 기존의 정부 용역 조사처럼 ‘2030년엔 의사 1만명이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올 것이란 의미다.
양측이 ‘2026학년도 의사 정원 문제’를 다루기로 합의한다 해도, 논의가 계속되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우선 전공의 다수는 여전히 ‘2025학년도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어떤 합의를 해도 전공의가 거부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뜻이다.
또 인력 추계위의 성격에 대한 양측의 이견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의료계는 추계위가 적정 의사 인원을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최종 의결은 환자도 참여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에서 해야 하며, 추계위는 자문 기구라고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