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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공무원이 육아휴직(자녀당 최대 3년)을 쓰면 휴직 기간 전체를 승진에 필요한 근무 경력으로 인정받는다. 공직사회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육아휴직 등 출산·양육 지원 제도가 강화되는 가운데 중소·중견기업은 여전히 사정이 열악한 곳이 많아 ‘출산·양육 지원 혜택도 빈익빈 부익부’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사혁신처는 2일 육아휴직 전(全) 기간을 승진 경력으로 인정해주는 내용이 포함된 ‘출산·양육 친화 근무 여건 조성책’을 발표했다. 현재 공무원은 자녀 1인당 최대 3년의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둘째 이하 자녀를 위해 쓰는 육아휴직은 휴직 전 기간을 근무 경력으로 인정하지만, 첫째 자녀를 위한 육아휴직은 1년만 인정하고 있다. 예컨대 두 자녀를 양육하며 육아휴직 6년을 쓸 경우, 4년만 경력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내년부터는 육아휴직 전 기간을 근무 경력으로 인정해 승진에서 불리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공무원 육아휴직 수당도 올린다. 현재는 육아휴직 시 평소 받던 봉급의 80%만 수당으로 지급된다. 한도가 월 150만원이다. 하지만 정부가 내년부터 기업들에 지원하는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현재 월 150만원에서 최대 250만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저출생 종합 대책’을 시행하면서 공무원도 이에 맞춰 올리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육아휴직 첫 3개월간 월 250만원 한도에서 봉급의 100%를 받고, 다음 3개월간은 월 200만원 한도에서 봉급의 100%를 받는다. 그다음부터는 월 160만원 한도에서 봉급의 80%를 받게 된다. 이번 제도 개편은 국가공무원이 대상인데, 각 지방자치단체가 국가공무원 인사 제도를 표준으로 삼고 있는 만큼 시차를 두고 지방 공무원에게도 적용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그래픽=김현국

최근 강화되는 공직사회와 대기업의 출산·양육 지원 제도를 놓고 사정이 열악한 중소·중견기업 직원들 사이에선 “박탈감을 느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전자·현대차·LG전자·포스코·네이버 등 주요 대기업은 육아휴직 기간을 법에서 정한 1년에 더해 최대 2년까지 보장한다. 삼성전자는 자녀가 만 12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6학년 이하면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육아휴직 법정 요건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경우인데, 이를 확대한 것이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기업도 법상 육아휴직 기간(최대 1년)은 반드시 근속 기간에 포함해야 하고, 1년 초과 시 추가 인정 여부는 회사마다 다르다. 포스코는 첫째 출산 시 200만원, 둘째 이상 500만원을 출산장려금으로 주고, 육아휴직 기간(최대 2년)을 모두 근속연수로 인정해 휴직 중 승진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중소·중견기업의 경우엔 대개 법에서 정한 1년만 육아휴직이 가능하다. 내년 2월부터는 부부가 모두 3개월 이상 쓰는 경우에 한해 육아휴직 기간이 1년 6개월씩 부부 합산 최대 3년으로 늘지만, 가계 소득과 승진 가능성을 감안할 때 부부가 모두 휴직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 서울의 한 중견기업에 다니는 워킹맘 A(34)씨는 “우리 회사는 사실상 달라지는 게 없다”며 “육아휴직 1년 중 6개월만 쓰고 일단 복직했지만, 가족의 양육 도움을 못 받는 상황에서 더 버티기 힘들면 남편 휴직 대신 내가 사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022년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종사자의 출산율이 중소기업 종사자 대비 37% 높았다.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난뿐만 아니라 육아휴직을 경력으로 인정해 퇴직금 등을 지급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육아휴직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경기도의 한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회사원 B(36)씨는 “육아휴직 기간이 늘어도 눈치 안 보고 쓸 수 있는 공무원이나 대기업 직원만 혜택을 보는 만큼 중소기업 지원을 더 강화해야 한다”며 “육아휴직 기간이 길다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연근무가 거의 불가능하고 주거비·교육비 부담은 훨씬 크기 때문에 육아휴직 급여를 더 올려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