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대 교수 300여 명(경찰 추산)이 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 모여 “정부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을 말살하고, 의대 교육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용산 전쟁기념관 앞 광장에서 ‘의평원 무력화 저지를 위한 전국 의대 교수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를 규탄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의대의 교육 여건이 나빠져 의평원 인증 평가에서 ‘불인증’을 받더라도 처분을 1년 이상 유예하는 내용 등이 담긴 대통령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를 규탄하기 위해 모인 참가자들은 ‘교육농단 저지하여 의평원을 지켜내자’ ‘불법증원 밀어붙인 책임자는 물러나라’는 손팻말을 들고 “의평원이 망가지면 의학교육 망가진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의사 가운 대신 흰색 상의에 검은색 마스크를 썼다.
최창민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의대 교육의 질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의평원을 정부가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며 “정부는 의대를 말살할 게 아니라 교육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라”고 했다. 이어 국회를 향해 “시행령 개정을 막고 의평원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김창수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장은 “정부가 의평원 무력화를 통해 후진국 수준 의사를 양산하려 하고 있다”면서 “우리 투쟁은 의료 정상화가 될 때까지 끝까지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오세옥 부산의대 교수 비대위원장도 “정원을 늘려 아프리카 의대를 만드는 것이 교육 선진화가 결코 아니다”라며 “그간 교수들의 지나친 인내와 무관심이 오늘의 의료 사태 배경이 됐다. 이제는 우리 교수들이 분노해야 한다”고 했다.
의대 교수들은 시국선언문에서 현 정부 정책을 ‘급발진·역주행·음주운전’에 비유하며 의평원 무력화 시도 즉각 중단, 의대 증원 즉각 중단, 필수의료 패키지와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 파기, 책임자 즉각 처벌을 요구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도 참석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박 의원은 “국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의평원을 무력화하려는 정부의 시도를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개혁은 반드시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는 “대통령의 현실 외면으로 ‘의료 시스템 붕괴’는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한 더 강력한 대응책을 내부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사직 전공의들에게 “매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며 사과했고,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위원회’ 위원 과반수 추천권도 주겠다고 했지만 의료계는 이를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