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시험관 시술을 시도해서 어렵게 둘째를 얻었어요.” “저도 시험관 시술로 둘째를 임신 중이에요.”
10일 오후 12시 30분 경기도 고양 일산차병원 옥상 공중정원. 흰색 보가 덮인 테이블 10개에 산모 100여 명이 사이좋게 앉았다. 이들은 정원 한쪽에 먹음직스럽게 차려진 뷔페 음식을 가져다 먹으며 각자의 임신·출산·육아 경험에 대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다.
이날 행사는 일산차병원이 ‘임산부의 날’(10월 10일)을 맞아 난임을 극복하고 출산한 부부와 임산부를 초청해 마련했다. 일명 ‘차 멘티-멘토’ 프로그램으로, ‘선배 엄마’들이 ‘후배 엄마’들에게 출산·육아 ‘꿀팁’을 전수하는 자리인 셈이다.
네 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윤원정(41·임신 34주 차)씨는 둘째를 갖기 위해 2년 동안 여덟번이나 시험관 시술을 받았다. 윤씨는 첫째도 시험관으로 가졌다. 그는 “아기를 낳기 전엔 ‘시험관(시술)까지 받아야 하나’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아주 잘한 일 같다”고 했다.
20개월 아들을 키우는 박정아(37·임신 28주 차)씨도 시험관으로 둘째를 얻었다. 첫째 임신 후 남겨둔 배아의 보관 기간 만료를 앞두고, 남편과 상의한 끝에 둘째를 갖기로 한 것이다. 이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은 이성이(36)씨도 시험관 시술을 통해 올해 쌍둥이(둘째·셋째)를 낳았다. 32주 차 임신부인 하아링(32)씨는 2년 넘게 아이가 생기지 않아 걱정하다 올해 초 자연 임신했다. 주변 엄마들이 비결을 묻자 하씨는 “6개월간 했던 반신욕이 도움이 됐다”며 웃었다.
초산인 하씨는 다른 산모들에게 아이를 자연 분만으로 낳았는지, 제왕절개를 했는지 물었다. 박정아씨가 “전치태반이 있어 제왕절개를 했다”고 하자, 하씨는 “저도 전치태반 증상이 있다”고 했다. 박씨는 “조금만 걸어도 힘들고 배 뭉침이 심하지 않으냐”며 하씨를 위로했다.
대화 도중 병원 측이 진행한 경품 추첨에서 이성이씨가 고급 휴대용 유모차, 윤원정씨가 고급 카시트에 당첨됐다. 테이블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식사에 앞서 일산차병원의 홍기림(산부인과)·강유선(소아청소년과)·김민경(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토크 콘서트도 열렸다. ‘진료실에서 물어보기 어렵지만, 알아두면 좋은 지식’이 쏟아졌다. “분리 수면을 하면 아이와 애착 관계 형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나요?” “유튜브를 보며 밥을 먹는 아이의 습관을 어떻게 교정할 수 있을까요?” 등 산모들이 사전에 던진 질문을 바탕으로 세 교수가 친절한 설명을 풀어냈다.
임신·출산 과정에서 경험한 일을 모아 ‘분노의 임신 일기’를 쓴 양자윤 작가의 특강도 진행됐다. 양 작가는 진통을 6시간 겪고도 자궁 문이 열리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무통주사를 맞았지만, 곧바로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나 응급수술을 받기까지 했다. 양 작가는 “임신·출산에 대해 ‘그냥 견디면 된다’고 말하는 게 싫었다“며 “제 경험을 토대로 예비 산모들이 편안하게 아이를 낳았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