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시행될 예정인 전문의 자격 시험을 볼 수 있는 전공의가 평소의 20% 수준인 576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정 갈등 여파에 따른 전문의 배출 감소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211개 수련병원에서 1327명의 전공의가 계약을 유지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내년 전문의 자격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수료 예정’ 고연차 전공의는 553명이었다. 올해 하반기 수련을 재개한 전공의 중 고연차인 23명을 더하면, 내년 전문의 자격 시험 응시 자격이 있는 이들은 총 576명으로, 지난해 전문의 자격 시험 응시자(2782명)와 비교하면 20.7% 수준이다.
이들을 과목별로 분류하면 가정의학과가 96명으로 가장 많았다. 필수진료과로 불리는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는 총 148명이었는데, 내과(91명)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일부 수련병원은 전공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고 있어, 서류상 병원에 소속되어 있지만 출근하지 않는 전공의도 있다. 내년 전문의 시험 응시자가 576명보다 더 적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전체 전공의 중 95%가량은 보건복지부가 관리하는 100개 주요 수련병원에 소속돼 있는데,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이 병원들에 출근 중인 고연차 전공의는 396명이었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행정안전부가 관리하는 수련병원을 더하면 실제 출근 중인 전공의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의료계에서는 전문의 배출 급감으로 인해 의료 공백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사들은 전문의 자격 취득 직후 대형 병원에서 전임의(세부 전공 중인 전문의)로 근무하거나, 군의관·공중보건의사(공중보건의사)로 일한다. 신규 전문의 숫자가 줄어들면 전임의·군의관·공보의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 시내 대학병원의 한 교수는 “이대로라면 내년에는 신규 전문의도, 전공의도 없을 수 있다”며 “단순히 진료를 보기 어려운 수준을 넘어서 의료 현장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