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국내 출시됐다. 제약사를 거쳐 공급되고 나면, 소비자는 이르면 이달 말부터 병·의원에서 위고비를 처방받을 수 있다.
위고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주 등 유명 인사들의 체중 감량에 쓰였다고 알려진 비만 치료제다. 소화 속도를 늦추는 호르몬(GLP-1)을 모방해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높여주는 원리다. 펜처럼 생긴 주사제로 환자가 주 1회 직접 배나 허벅지 등에 주사를 놓으면 된다. 4주 분량의 국내 공급 원가는 37만원으로, 유통비 등을 포함해 병·의원에서 책정하는 가격은 80만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환자가 약값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병·의원이 앞다퉈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위고비를 대량 주문하는 국내 유통사 홈페이지는 이날 오전 약 1시간 동안 서버가 마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병·의원은 2~3주 전부터 위고비 예약을 받았다. 서울 중구의 피부과 A 의원은 지난달 말부터 ‘위고비’ 예약을 받았는데 시작 일주일 만에 10명 이상이 예약금 5만원을 내고 신청했다. 이 의원에서 이보다 늦게 신청한 환자들은 12월쯤 위고비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위고비 품귀 현상으로 A 의원이 제약사에서 구매할 수 있는 위고비가 한 달에 9개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경기 성남시의 가정의학과 B 의원도 이달 5일까지 위고비 예약을 받았다. 예약금은 10만원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위고비는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30㎏/㎡ 이상인 고도 비만 환자 또는 BMI 27~30㎏/㎡ 미만 비만 환자면서 고혈압 등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체중 감량 목적으로 처방해야 한다. 울렁거림, 설사, 구토 등 부작용도 임상 시험에서 확인됐다. 그러나 앞서 기자가 문의해보니, A·B 의원 모두 몸무게 등을 알려주지 않아도 위고비 예약이 가능했다.
식약처는 이날 “앞으로 한 달간 온라인에서 위고비를 사고 파는 행위를 집중 단속한다”고 발표했다. 식약처는 지난 7일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비만에 해당하는 환자만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정상 체중인 사람들이 처방받을 경우 오남용 우려가 있고,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처방을 결정하라는 취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