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주도 내에 있는 병원에 대한 상급 종합병원 지정을 추진한다. 상급 종합병원은 일반 종합병원 대비 수가(건보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를 더 적용받아 장비, 인력 등에 투자를 늘릴 수 있다. 그간 제주도민 상당수는 서울로 ‘원정 진료’를 갔는데, 상급 종합병원이 제주에 생기면 더 높은 질의 의료 서비스를 가까이에서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제주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서 ‘세계로 열린 청정한 섬, 글로벌 휴양 도시 제주’를 주제로 29번째 민생 토론회를 열었다. 윤 대통령은 “무엇보다 제주도의 의료 환경부터 확실하게 개선해야 한다”며 “제주도의 상급 종합병원이 조속히 지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상급 종합병원이란, 종합병원 중 중증 환자 비율 34% 이상, 필수 진료 과목 9개를 포함한 20개 이상 진료 과목, 입원 환자 10명당 1인 이상의 의사, 소아·신생아 중환자실 등 일정 요건을 갖춘 병원으로, 통상 500개 이상 병상을 갖춘 뒤 해당 지역의 응급 환자, 중환자 치료를 전담한다. 정부는 2011년부터 매년 상급 종합병원을 지정하고 있는데, 지난해 12월 서울, 강원 등 11개 진료 권역의 47개 병원이 지정됐다.
그간 제주도 내에는 상급 종합병원이 없어 제주 도민의 불편함이 컸다. 매년 약 14만명의 경·중증 환자가 서울의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다. 항공편을 이용해 120분 내에 환자가 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 등 때문에 제주가 서울 권역으로 묶이다 보니, 제주도 소재 의료기관이 상급 종합병원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서울 ‘빅5′ 병원들과 경쟁해야만 했다. 이에 정부는 올 연말까지 상급 종합병원 지정·평가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 연구를 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2026년 6월까지 진료 권역을 재설정한다. 섬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제주 진료 권역’을 추가로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병상 500개 이상을 갖춘 제주대 병원과 제주한라병원이 상급 종합병원 후보가 된다. 우동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은 “비수도권에서도 ‘빅5′ 병원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윤 대통령은 이날 제주도를 ‘하늘을 나는 택시’ 도심항공교통(UAM) 시범 운용 구역으로 지정하고, 제주도 그린수소 실증 사업에 2026년까지 560억원을 투입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제주 도약 비전’ 세 가지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