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서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강희경(53)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지난 15일 인터뷰에서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가) 정부와 대화하려는 모습에 의료계 내부의 우려와 비난도 있지만, 환자와 국민을 위해 의정(醫政)이 대화만큼은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는 지난 10일 의료 개혁을 주제로 대통령실·정부와 의사단체 간 첫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그는 “정부가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렇게 국민에게 알리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우리가 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에서 유일하게 얻은 게 있다면 많은 국민이 필수·지방 의료 실태, 전공의 문제 등 우리 의료의 현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의료계 의견에 고개를 끄덕일 국민을 점점 더 만들어 가야 한다”고 했다.

강 위원장은 소아 투석 환자 등을 돌보는 소아 신장 분과 전문의다. 그는 “나를 포함해 많은 의사가 각자 자리에서 환자를 돌보며 목소리를 내고 있고, 그 진심이 국민에게 전해지리라 믿는다”고 했다. 정부를 향해선 “이대로 내년에 7500명이 함께 수업을 듣는 상황이 벌어지면 의대 교육 파행은 피할 수 없는 만큼 지금이라도 정원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대통령실과의 토론회를 놓고 의료계 내부 반발이 컸다.

“우려를 이해한다. 결론은 도돌이표였고, 정부 의료 개혁안에 드는 비용 얘기가 부족했던 점도 아쉽다. 그래도 환자와 국민을 위해 의정은 계속 대화하며 간극을 좁혀야 한다. 정부가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렇게 생중계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이런 자리를 계속 만들고 싶다.”

-서울의대가 의료계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우리가 의료계를 대표하겠다는 게 아니다. 다만 교수로서 해야겠다고 생각한 일을 하는 것뿐이다. 의료계 내부 목소리는 다양할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단일안을 갖고 오라’고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다. 정부가 각 단체를 만나고 대화하고 설득해서 다같이 합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줘야 의료계 내부에 큰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

-의대생을 하루빨리 복귀시켜 ‘7500명 동시 수업’을 막자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 1학년을 복귀시켜 내년 신입생과 구분하기엔 이미 늦었다. ‘15주에 30주 분량을 가르치면 된다’고 하지만, 말 그대로 수업만 가능할 뿐이다. 공부할 시간 자체가 부족하다. 제대로 된 교육이 불가능하다. 정부는 신호등이 빨간불인데도 막 뛰어가는 아이처럼 보인다. 현장과 소통이 없으니 의대 5년제 같은 얘기까지 나온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장련성 기자

-내년도 증원도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인가.

“구체적인 숫자를 말하고 싶진 않다. 다만 한국의학교육평가원 기준에 맞는 ‘교육 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내년 증원 규모도 재고하는 게 맞는다. 정부에서 어떤 움직임이라도 나와야 한다. ‘의사 14만을 위해 수많은 수험생이 희생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피해를 보게 된 건 의사·의대생이 아니라 수많은 환자와 국민이다.”

-’전공의 블랙리스트’ 사건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복귀한 전공의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행위는 있어선 안 될 범죄 행위다. 신상이 공개된 한 전공의가 매우 괴로워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잘못한 개인을 의사 집단이 옹호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국민 앞에 보일 모습이 아니다.”

-필수 의료를 살릴 대책은 없나.

“우리 병원 소아 신장 분과도 나 포함 전문의가 둘이다. 내가 한 달에 600명을 진료하는데, 내가 환자를 못 보면 그 부담이 동료에게 간다. 결국은 지원이다. 돈 못 버는 과라도 최소한의 고용이 보장되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수가(건강보험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 인상으로 병원 수익만 올릴 게 아니라 그것이 고용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또 의사의 의료 행위 중 과실 여부는 의사가 가잘 잘 안다. 의료 분쟁 1심만큼은 전문가들이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면 좋겠다.”

-지난 4월엔 ‘8월 말 사직하겠다’는 글도 올렸었다. 향후 계획은.

“사직서 제출과 무기한 휴진 선언이 정부를 향한 가장 강한 항의 표시라고 생각했다. 당시에도 내가 떠날까 봐 걱정하는 환자 보호자들께는 ‘설마 그럴 일은 없겠죠’ 하고 안심시켜 드렸다. 환자 곁은 끝까지 지키면서 ‘바른 의료’를 위한 목소리를 낼 것이다. 다만 환자들이 고통받는 상황이 하루빨리 끝나면 좋겠다.”

☞강희경

1971년생. 1996년 서울의대 졸업 후 2008년부터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국내에 총 30여 명밖에 없는 소아 신장 분과 전문의로, 투석 환자 등 중증 소아 위주로 진료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3기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