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6일 서울의 한 공원에서 노인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스1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경로당의 막내는 1945년생인 서모(79)씨다. 이 경로당엔 하루 평균 5~6명의 노인이 방문하는데 대부분 노인은 80대이며, 최고령자는 89세라고 한다. 서씨는 “혼자 살고, 거동이 불편해 어쩔 수 없이 집에서 1분 거리 경로당을 종종 찾는다”며 “나보다 어린 사람들은 지하철 타고 등산을 하거나 친구도 만난다”고 했다.

노인(만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기대수명 연장으로 75세 이상 노인 인구 증가세는 전체 노인 인구 증가세보다도 가파르다. 사회에서 노인이 다수가 되고, 노인의 연령대도 다양해지며 같은 노인이어도 나이에 따라 구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생산활동이 가능할 만큼 신체 건강한 65~75세와 거동이 불편하거나 활동성이 저하된 75세 노인이 구분되는 것이다. 이에 지난 21일 대한노인회에선 노인의 법정 나이를 현행 65세에서 75세로 상향하자고 정부에 제안하면서 75세 이상 노인을 ‘상(上) 노인’을 구분하자고 했다.

노인 중에서도 75세 이상 ‘상노인’의 수는 점차 늘고 있다. 2019년 335만 4266명이었던 75세 이상 노인 수는 꾸준히 늘어 올해 410만 6200명을 넘어섰고, 2040년엔 898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 중 상노인의 비율 역시 꾸준히 늘어 올해 41%에서 2040년에는 52%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 세대 안에서도 나이에 따라 차이가 크다. 상노인과 반대되는 ‘하(下)노인’(65~74세)은 활동 반경이 넓고, 스마트폰 등 활용에 능해 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친목 활동을 한다. 특히 이 중 상당수는 고학력·사회 경력을 가진 베이비붐 세대로 공인중개사, 전기기사 등 자격증 시험에 응시하거나 외국어 학원에 다니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경로당은 노인 중에서도 나이가 많아 거동이 불편한 상노인만의 공간이 됐다. 택시 기사로 일하고 있는 김모(69·경기 양평)씨는 “우리 회사 택시 기사 40%가 노인이고, 최고령자는 79세”라며 “한창 일하고 놀러다닐 팔팔할 나이에 누가 경로당에 가느냐”고 했다.

우리나라보다 초고령화 사회에 먼저 진입한 일본은 2013년 정년을 65세로 상향했고, 2018년 상노인 인구가 하노인 인구를 역전했다. 이에 일본은 75세를 기준으로 전기·후기 고령자로 나눠 각종 통계를 발표하고, 의료 제도 등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지금도 준고령자(65~74세), 고령자(75~89세), 초고령자(90세 이상)로 노인 연령을 올려야 한다는 논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상노인(上老人)·하노인(下老人)

’상노인’은 원래 ‘여러 노인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란 뜻이지만, 최근 ‘법적 노인 연령 상향’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며 만 65세 이상 노인 중에서도 나이가 많은 편인 만 75세 이상 노인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반대로 ‘하노인’은 신체가 상대적으로 건강하고 활동성 있는 만 65~74세 젊은 노인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