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비치돼 있다. /연합뉴스

요즘 응급실 의사들은 월급 외에 매달 ‘응급실 진찰료 수당’을 받고 있다. 수가(건보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 중 하나인 응급실 진찰료는 작년까지만 해도 각 병원이 받아서 자유롭게 썼다.

올 2월 응급실을 지키던 전공의들이 이탈하자, 정부는 ‘비상 진료 체계’를 가동하면서 중환자를 가장 먼저 보는 응급실 의사들의 진찰료를 최근까지 250% 인상했다. 그러면서 ‘인상분의 절반 이상은 응급실 의사들에게 주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고생하는 응급실 의사에 대한 보상 차원이었다. 응급실 규모와 진료 환자 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형 병원 응급실 의사의 경우 매달 300만~400만원(세후) 이상의 진찰료 수당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경영난이 심한 일부 병원의 응급실 의사들 사이에선 “진찰료 수당을 한 번도 받은 적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중형 병원뿐만 아니라 일부 대형 병원에서도 ‘응급실 진찰 수당’ 미지급이 발생했다고 한다.

영남 소재 A 상급 종합병원은 응급실 의사들에게 줘야 할 ‘응급실 진찰료 수당’의 절반도 안 되는 부분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병원이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원은 절반 이상 깎인 응급실 진찰료 수당을 주면서도, 이 수당 지급을 이유로 기존에 병원이 자체 지급하던 응급실 수당은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 지침상 응급실 진찰료 수당은 기존의 월급이나 성과급·수당과는 별개로 줘야 하는 돈이라 다른 수당으로 대체할 수 없다. A 병원은 지난 2월 전공의 이탈 후 수술과 입원이 반 토막 나면서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소재 B 중형병원의 경우 올 2월부터 아예 ‘진찰료 수당’을 응급실 의사들에게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B 병원 응급실 의사들은 “진찰료 수당을 구경한 적도 없다”고 하고 있다.

반면 ‘응급실 진찰료’ 인상분(250%) 전부를 응급실 의사들에게 수당으로 지급하는 곳도 있다. 의료계 인사들은 “인상분을 모두 응급실 의사들에게 수당으로 주는 곳의 대부분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수도권 소재 대형 병원들”이라며 “응급실 의사들에게 수당이 지급되지 않고 있는 곳은 거의 다 지방 병원들”이라고 했다.

올해 진찰료 수당 지급 총액은 정부도 집계한 자료가 없다. 진료 현장에 있는 응급실 전문의가 1500명 이상이라는 걸 감안하면 지금까지 200억원 이상 지급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각 병원에 응급실 수당을 규정대로 지급하라고 강조했다”며 “응급실 진찰료 수당이 제대로 지급됐는지 추후 점검하고 위반한 곳은 보조금 삭감 등의 불이익을 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