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 임현택 회장의 불신임 여부를 묻는 의협 대의원회 임시총회가 이르면 다음 달 초 열릴 것으로 보인다. 가결되면 의료계 유일 법정 단체인 의협 수장이 취임 반년 만에 탄핵되는 것이다. 국회 간호법 통과 및 정부 의대 증원 관련 대응과 막말 논란, 전공의 단체의 불신 등이 탄핵 추진 사유로 꼽힌다. 의정 갈등 중심에 있는 전공의·의대생 복귀를 위해선 의협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조현근 의협 대의원 등 103명은 지난 24일 의협 운영위원회에 임시총회 소집을 요청했다. 안건은 임 회장 불신임 및 비대위 구성이다. 회장 불신임 발의 요건(전체 246명 중 82명)은 충족했다. 이후 총회에서 재적 3분의 2(164명) 이상 출석, 출석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강경파인 임 회장은 올 3월 회장 선거에서 의대 증원 관련 대정부 투쟁 기조를 내세워 결선에서 득표율 65%로 당선됐다. 하지만 정부 계획대로 내년도 입시가 시작됐고, 지난 8월 여야 합의로 간호법까지 통과됐다. 의사들 사이에선 “지난해 겨우 막아낸 간호법이 이번엔 너무 쉽게 통과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전공의와의 관계는 더 큰 문제다. 임 회장은 취임 전부터 ‘누가 정부와 대화해야 하느냐’ 등을 놓고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대립해왔다. 회장 당선 직후였던 올 4월엔 윤석열 대통령과 면담한 박 위원장을 겨냥해 “외부의 거대한 적보다 내부의 적 몇 명이 날 더 힘들게 한다”고 했다. 박 위원장도 임 회장과는 절대 함께할 수 없다며 불신을 표출해왔다. 8월 대의원 총회에선 “임 회장이 물러나지 않으면 끌어내려야 한다”고도 했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24일 “전공의 단체와의 관계를 개선 못 하면 임 회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임 회장의 각종 막말 논란 등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지난 17일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는 표현을 써 논란이 됐다. 최근엔 의협의 전공의 지원금과 관련해 임 회장 비방 글을 올린 지역의사회 간부를 고소한 뒤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임 회장 탄핵 여부는 의대 교수 중심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 소속 대의원 약 50명의 표심에 따라 갈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의학회 소속 한 대의원은 “지금까지는 ‘리더십에 문제가 있지만 대안이 마땅찮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는데, 각종 논란에 더해 의정 대화도 겉돌면서 의학회에서도 이대로 가는 게 맞느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