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생후 18개월 된 아기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아기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20대 친모를 구속했다. 그런데 이 아기는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유령 아기’였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실시 중인 1만여 명의 출생 미신고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에서도 잡히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다음 달부터 출생 미신고 아동 2200여 명의 생존 여부 등에 대한 추가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2010년 1월부터 2024년 7월생으로서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주민등록번호는 없지만 보건소를 통해 ‘임시관리번호’가 부여된 아동을 대상으로 한다. 조사 결과는 내년 1~2월쯤 나올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5차례에 걸쳐 주민등록이 되지 않은 아동 1만여 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이어오고 있다. 그런데 이 조사는 병의원 등 의료기관이 출생아에게 발급하는 행정용 고유 번호인 ‘임시신생아번호’를 토대로 이뤄져 부산시 영아와 같은 ‘임시관리번호’가 부여된 아동은 제외됐다. 임시신생아번호는 출생 후 1개월 이내에 필요한 B형 간염 등 예방접종 기록 관리나 비용 상환을 위해 의료기관에서 발급하는 것이다. 출생신고가 되면 이 번호는 주민등록번호로 전환되고, 출생신고가 되지 않으면 부여된 상태가 지속된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이 이후 예방접종을 위해 보건소를 찾으면, 보건소에 의해 임시신생아번호는 삭제되고 임시관리번호로 전환돼 관리된다. 지난 5차례의 ‘전수조사’에서는 임시관리번호가 부여된 아동들에 대한 조사가 빠진 것이다.
정부는 미신고 아동에 대한 추적을 계속해 나갈 방침이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전수조사에도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해 안타깝다”며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아동 보호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이뤄진 1~4차 미등록 아동 조사는 총 1만153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경찰이 생사 여부를 수사 중인 경우(131명)를 제외하고 생사 여부가 확인된 1만1407명 가운데서 887명(7.8%)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출생 1000명당 2.5명(2023년 기준)인 우리나라 영아 사망률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번 조사 대상 아동 2200여 명 가운데 얼마나 생존해 있을지는 미지수다. 임시관리번호가 부여된 아동들에 대한 조사를 뒤늦게 실시한다는 비판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임시관리번호가 부여된 아동의 경우 보호자가 아이를 데리고 예방접종을 위해 보건소에 직접 방문한 것이어서 보호자가 아동을 충분히 보호할 의지는 갖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정부가 추가 조사를 하더라도 임시관리번호도, 임시신생아번호도 없는 이른바 ‘병원 밖 출산’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을 수밖에 없다.
‘사라진 아이’에 대한 조사는 지난해 6월 경기 수원시 장안구에서 생모에 의한 신생아 2명 살해·유기 사건이 벌어지고, 감사원이 “2015~2022년생 아동 중 출생신고가 되지 않고 생존 여부도 확인되지 않는 아이가 2000여 명에 달한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정부는 지난 7월 18일 이전 출생한 미신고 아동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였다. 7월 19일 이후 태어난 아기들에 대해서는 병원이 출생 사실과 생모의 성명, 출생 일시 등을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통보하는 ‘출생통보제’가 시행되고 있다.
☞임시 신생아 번호·임시 관리 번호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아동에게 발급되는 행정용 고유 번호. 병·의원에서 출생한 아이에게 발급되는 임시 신생아 번호는 출생 1개월 내 출생신고를 마치고 나면 주민등록번호로 전환된다. 하지만 아동이 예방접종을 위해 보건소를 방문했을 때도 여전히 출생신고가 돼 있지 않아 주민등록번호가 확인되지 않으면, 임시 관리 번호로 전환해(임시 신생아 번호는 삭제) 당국에서 관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