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관련 정보가 지자체로 자동 통보되는 ‘출생통보제’가 27일로 시행 100일째를 맞았다. 그동안 6만5000여 건의 출생 정보가 병원에서 지자체로 통보됐다. 부모의 출생 미신고로 ‘유령 아이’로 남을 뻔한 아기들의 생명이 보호된 것이다.
출생통보제는 태어난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다. 출생 미등록된 아이가 숨지거나 유기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2015~2022년 출생 미등록 아기 2123명을 조사한 결과 249명(11.7%)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7월 19일부터 병원은 태어난 아기들의 출생 사실과 생모의 성명, 출생 일시 등을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통보하게 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제도 시행일부터 이달 24일까지 6만5263건의 출생 정보가 병원에서 지자체로 통보됐다.
경제적·사회적 이유로 출산과 양육에 어려움을 겪어 상담 기관의 지원을 받은 위기 임산부는 같은 기간 526명에 달했다. 이 중 임산부 39명(7%)은 ‘보호 출산’을 신청했다.
보호출산제는 아이를 키우기 어렵고 출산 사실이 드러나는 걸 꺼리는 임산부가 ‘가명’으로 병원에서 출산할 수 있는 제도다. 보호 출산을 신청한 후 출산하더라도 임산부는 아이를 정말 국가에 맡길지 숙고하는 일주일간의 시간을 갖는다. 아이가 향후 입양 허가를 받기 전까지는 보호 출산을 철회할 수 있다. 지금까지 39명 중 7명(18%)이 보호 출산을 신청했다가 철회했다.
위기 임산부는 상담전화(1308)를 통해 언제든 상담받을 수 있다. 상담 기관은 전국에 16곳이 운영 중이다. 정부는 도움이 필요한 경우 직접 임산부를 만나서 돕고, 생계·주거·고용·법률 서비스도 지원할 예정이다.
산모 A씨는 출산일 당일에야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다. 갑작스러운 출산이었다. 아이를 함께 키울 사람도 없었다. 보호 출산을 신청해 익명으로 아이를 낳았다. 그런데 출산 이후 아이와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상담 지원을 받으면서 아이를 직접 기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A씨는 보호 출산을 철회했다.
또 다른 산모 B씨도 출산 직전까지 임신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아이를 낳게 됐다. 아이의 존재를 주변에 알리기 어려워 출산 후 베이비박스 등에 유기하려 했다고 한다. 다행히 보호 출산을 신청해 신원을 밝히지 않고 병원에서 출산을 했다. ‘병원 밖 출산’ 보단 안전한 선택이었다.
위기 임산부 서울 지역 상담 기관인 애란원 강영실 원장은 “뜻하지 않은 임신·출산을 겪은 임산부들은 처음에 굉장히 혼란스러워 한다”며 “아이 때문에 다니던 직장이나 학교 등을 그만둬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혼 여성이더라도 자기 아이를 지킬 수 있게 환경을 마련해주고, 출산 이후에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해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