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 없이 현 체제가 계속 이어질 경우 향후 발생하는 연금 부채로 인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순부채(중앙정부 부채-국민연금 적립금) 비율이 2020년 0.3%에서 2070년엔 180%까지 치솟을 수 있고, 2050년 이후에는 실질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22일 제기됐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최근 발간한 ‘한국의 모수적 연금 개혁 옵션(Parametric Pension Reform Options in Korea)’ 워킹페이퍼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연구진은 출산율은 줄어들고 기대여명은 늘어나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한국의 연금제도가 위기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노년부양비(생산연령인구 100명당 고령층의 비율)가 커지면서 연금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연금(기초·국민·퇴직·직역) 지출은 2009년 1.8%에서 2022년 4.0%로 증가했다. 연구진은 “(한국의 연금 지출은) 앞으로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연금 정책에 변화가 없으면 국가 재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얘기다.
연금 개혁 없이 향후 50년간 현행 제도가 유지될 경우, GDP 대비 국가 순부채 비율은 2070년에는 180%로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기준으로 보면, 중앙정부 부채 898조4000억원, 국민연금 적립금 833조7000억원으로 순부채는 64조7000억원이었다. 그해 명목GDP 2058조5000억원의 0.3% 수준이었다. 실질 GDP 성장률은 2050년부터 ‘마이너스’로 전환된다. 노동력 공급이 줄어 자본 축적 속도도 둔화할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보험료율(내는 돈) 인상 ▲수급 개시 연령 연장 ▲소득대체율(받는 돈) 축소 등을 개혁 방안으로 제시했다. 보험료율만 인상할 경우는 13.8%포인트는 올려야 2020년 0.3% 수준의 순부채를 유지할 수있다고 내다봤다. 연구진은 “한국의 보험료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며 “(IMF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보험료율이 높아져도 성장률이나 고용률은 크게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보험료율과 수급 연령, 소득대체율을 모두 조정한다면 적은 변화로도 비교적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수급 개시 연령을 2년(65세→67세) 늦추고, 보험료율을 4.6%포인트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3.3%포인트 낮춘다면 GDP 대비 순부채는 2070년에 50%를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낮아진다.
연구진은 “여러 변수를 조금씩 조정해 조합하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어떤 개혁을 선택하든 피로감이나 역풍을 피하기 위해서는 신중하고 현실적인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