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막말’과 고소 취하 대가 1억원 합의금 요구 파문 등 각종 논란 끝에 탄핵 위기에 몰린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의협 회원들에게 30일 사과 서신을 보냈다. 임 회장은 소셜미디어 계정을 삭제하겠다며 회원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임 회장은 이날 오후 6시쯤 의협 회원들에게 단체 문자 형식으로 ‘대(對)회원 서신’을 보냈다. 임 회장은 “저의 불신임안이 대의원회에 발의돼, 회원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했다. 이어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제 부덕의 소치임을 통감한다”며 “무엇보다도, 엄중한 상황에 제 개인의 부적절하고 경솔한 언행들로 회원들께 누를 끼친 점 백 번 사죄드린다”고 했다.
임 회장은 연이은 막말로 논란을 일으켰다.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사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사를 비난하며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고 했고, 최근에는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임 회장은 “때때로 우리 회원들과 전공의들, 그리고 의대생들이 당하는 피해와 불이익에 대한 분노를 참지 못하고 거친 언행을 했다”며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저의 불찰”이라고 했다.
임 회장은 또 자신을 비방한 시도의사회 임원을 고소하고,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까지 알려져 파문을 일으켰다. 임 회장은 “전공의 지원금 관련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도 저의 부적절한 대처로 회원 여러분께 깊은 실망을 드렸다”며 회원 여러분께서 느끼셨을 당황스러움과 부끄러움에 진심으로 엎드려 사죄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일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당장 저의 모든 SNS(소셜미디어) 계정을 삭제하고, 언행도 각별히 유의하겠다”고 했다.
임 회장은 “정부의 의대 증원 등 의료농단 정책 강행을 저지하라고 압도적인 지지로 저를 의협 회장으로 뽑아주신 회원님들의 뜻을 단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며 “회무 운영상의 부족함과 미흡함으로 실망을 안겨드리게 되어 비통하지만, 지난 3월 회원들이 선택해주신 임현택과 지금의 임현택은 여전히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전쟁에서 ‘적전분열’은 필패의 원인”이라며 “우리끼리의 갈등과 분열을 누가 가장 반가워하겠느냐. 의협 회장 탄핵은 결과적으로 내부 분열과 혼란만 가중시키고 우리 스스로는 무력화될 것”이라고 했다.
임 회장은 “저의 잘못을 가벼이 여기고 회피할 생각은 없다”며 “회원 여러분께서 저에게 부여하신 의협 회장의 임기 동안, 과오를 만회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시길 감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어 “이번 불신임안 상정이라는 회초리를 맞으면서, 저와 집행부의 현 주소를 냉정하게 되돌아보고 새롭게 거듭날 수 있도록 쇄신하겠다”며 “저와 42대 집행부가 임무를 끝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했다.
앞서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29일 긴급회의를 열고 임 회장 불신임(탄핵) 및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설치 안건 등을 표결에 부칠 대의원 총회를 다음 달 10일 열기로 했다. 의협 회장 탄핵안은 총회에서 재적 대의원 246명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참석하고, 참석 대의원 가운데 3분의 2가 찬성하면 가결된다. 재적 대의원의 3분의 2가 참석할 경우, 110명이 찬성하면 탄핵안이 가결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