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있는 A 종합병원의 사직 전공의들이 최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지도부에 “내년 초 복귀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4일 알려졌다. A 병원의 전공의 대표 한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직 전공의 11명 전원이 복귀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전협 집행부는 “(의대 증원 백지화 등) 기존 대정부 7대 요구안에서 요구 사항을 더 늘리겠다”며 수습에 나섰다고 한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올 초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 사이에선 “내년에도 투쟁을 계속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다수다. 하지만 “대화, 복귀가 필요하다”는 전공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영남의 한 사직 전공의는 “수능이 열흘밖에 안 남았는데 전공의 지도부는 지금 상황이 어떻고, 향후 계획이 뭔지 각 병원 대표 전공의들에게조차 설명하지 않고 있다”며 “지도부가 지금처럼 ‘묻지 마 (투쟁) 1년 더’를 고수한다면, 차라리 내년에 복귀해 수련을 마칠 것”이라고 했다.
본지가 지난달 31일 만난 각 병원 사직 전공의 대표 3명도 “환자를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아가며 고생한 지난 1년이 물거품이 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이 불안감이 복귀와 대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직접적 원인은 시기다. 오는 14일 수능이 치러지고, 다음 달 초가 되면 의대 합격자가 발표된다. 의대 증원은 되돌릴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여기에 전공의 수뇌부의 ‘불통 행태’가 기름을 붓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한 병원의 사직 전공의 대표 B씨는 “현 상황이 궁금해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지방의 한 병원 전공의 대표 C씨는 “이 중요한 시기에 박단 위원장이 왜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거부했고, 왜 정부와 싸우지 않고 대한의사협회장과 싸우는지 모르겠다”며 “이 정도 사안이면 우리의 의사를 물어봤어야 했는데 그런 게 없었다”고 했다. 이들은 “박단 위원장이 지난 4월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을 아직도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들 3명 중 2명은 “지금대로라면 내년 초 복귀할 것”이라고 했고, 1명은 “고민 중이지만, 주변엔 1년 더 투쟁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또 이 중 2명은 “이젠 정부와 대화를 해야 할 때”라고 했다. 사직 전공의 B씨는 “대화를 거부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동안 간호법이 통과됐고 내년도 대학 입시까지 거의 다 진행이 됐다”며 “계속 당할 바에는 여야의정 협의체에 나가서 우리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는 게 낫다”고 했다. 반면 사직 전공의 C씨는 “아직은 협상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 다수이고, 저 역시 동의한다”고 했다.
수도권 병원의 전공의 대표 D씨는 “정부에 대한 반감이 가장 크다”고 했다. 여러 내부 문제에도 전공의 분열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란 것이다. D씨는 그가 경험한 낮은 수가(건보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 사례를 말했다. “의료진 10명이 들어간 수술이 있었는데, 의사 한 명의 시간당 수술료가 편의점 알바보다 낮았다”며 “(수가 기준) 약값은 몇 원짜리도 있다. 처음엔 이럴 수가 있나 했는데 한두 개가 아니더라”고 했다. 이들은 “이런 문제엔 귀 닫고 있다가 급조한 의대 증원만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고 했다.
D씨는 “전공의 일부가 복귀를 한다고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사람 살리겠다는 자긍심 하나로 버티던 필수과 전공의들 대부분이 (개원가의) 미용, 통증으로 가 이미 적응을 했다”고 했다. C씨는 “얼마 전 우리 병원 인턴들에게 지망하는 전공과 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필수과인 내과, 외과, 소아과 지망생은 0명이었다”며 “의대생은 필수과 기피 성향이 훨씬 더 심하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해도 이들은 필수과로 안 간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단 위원장은 본지에 “(A병원 전공의들의) 복귀 의향을 전달받은 적이 없고, 대정부 요구 사항 역시 요구 사항을 늘릴지 여부를 의견 정취 차원에서 내부에 물어본 것일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본지가 재차 연락을 한 일부 전공의들은 “(복귀 의향을) 9~10월쯤 집행부에 전했다”고 말했다.
내부에 물어본 더 늘리겠다고 한 건 내부 의견 정취 과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