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시작된다는 절기 입동(立冬)을 이틀 앞두고 기온이 크게 내려간 5일 오전 대구 도심에서 모자와 외투, 장갑을 챙겨 나온 시민이 길을 걷고 있다. /뉴스1

갑작스레 쌀쌀해진 날씨에 건강 관리 경고등이 켜졌다. 의료 전문가들은 “급격하게 변하는 날씨엔 특히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심뇌혈관 질환을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심뇌혈관 질환은 사망률이 높고, 생존해도 후유증으로 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5일 오전 8시 서울의 기온은 영상 5.6도로 전날 같은 시각(16.6도)에 비해 11도나 떨어졌다. 불과 며칠 전까지 늦여름에 가까운 더위가 나타났는데, 갑자기 추위가 찾아온 것이다. 6일은 아침 기온이 하루 만에 5도가량 더 떨어져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이 될 것이라고 기상청이 예보했다. 전국 아침 최저 기온은 영하 2도에서 영상 8도, 낮 최고기온은 10~16도로 예상된다. 전국 곳곳에 강한 바람이 불면서 체감 기온은 더 낮겠다.

그래픽=이진영

차가운 날씨에 노출되면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오르고 심장 박동이 빨라져 심장과 뇌혈관의 부담이 커진다. 체온이 낮아지면 피가 끈끈해지고, 혈전도 쉽게 만들어진다. 심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날씨가 추운 12월부터 2월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기온이 급격히 하강하는 11월에도 나타날 수 있다.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찬 공기에 갑자기 노출되면 말초동맥들이 수축하고 혈관 저항이 상승하면서 혈압이 오르게 된다”며 “새벽 찬 바람에 노출될 경우 혈압이 순간적으로 상승해 심근경색 등 치명적인 응급 상태가 올 수도 있다”고 했다. 겨울철에 기온이 1도 떨어질 경우 심혈관 질환 사망률이 1.72%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급격히 추워지는 시기에는 고령자나 기저질환자 등은 장시간 실외 활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외출할 땐 모자를 쓰고, 목도리로 목과 귀를 보호해 적절한 체온을 유지한다. 얇은 옷을 여러 개 겹쳐 입으면 체온 유지 효과가 올라간다. 장갑도 챙겨야 한다. 춥다는 이유로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 경우가 많은데, 넘어져 다치는 낙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쌀쌀한 새벽이나 아침 운동은 특히 유의해야 한다. 겨울로 접어드는 시기라도 며칠간 따뜻해지는 날에는 오후에 빨리 걷기, 자전거 타기 등의 유산소 운동을 해주는 것이 좋다. 평소 집 안에서 스쿼트 등 가벼운 운동을 통해 균형 감각과 근력을 키우면 낙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음주와 흡연도 피해야 한다. 술을 마시면 혈관이 수축돼 혈압이 올라간다.

심뇌혈관 질환은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이나 압박감, 턱·목 등의 심한 통증은 심근경색증 초기 증상이다. 한쪽 팔다리 마비, 갑작스러운 언어·시각 장애, 어지럼증 등이 나타나면 뇌졸중을 의심해야 한다. 이때는 곧바로 병원을 찾아 치료받아야 한다. 남효석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심근경색·뇌졸중이 발생했을 때 할 수 있는 응급 조치는 딱 하나, 1분 1초라도 빨리 병원에 가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