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강희경 교수)가 6일 소속 교수들에게 비대위 재신임을 묻는 이메일을 발송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비대위를 유지할지 아니면 이전 교수협의회 체제로 돌아갈지에 대한 의견을 묻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서울대의대·병원 비대위의 재신임 투표는 최근 강희경 비대위원장(소아과 교수)과 사직 전공의 A씨가 나눈 문자 메시지가 원인이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기서 강 위원장은 ‘동맹 파업’을 주장하던 A씨에게 “교수 파업은 당신 부모님이 병원에 입원하시면 그때 고려하겠다”고 했는데, A씨가 이를 의사 전용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 올리면서 전공의들의 반발을 샀다는 것이다. A씨의 소속 병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최근 강 위원장에게 문자로 사진 한 장을 보냈다. 지난달 10일 서울대에서 열린 ‘의료 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에서, 강 위원장이 허리를 다소 숙이고 정부 측 대표로 나온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과 악수하는 사진이었다. A씨는 그러면서 “왜 토론회를 열어서 정부에 이용을 당하느냐”며 “말뿐인 교수들은 정부에도, 의료계에도 아무 영향력이 없다. 의사들 대표인 양 굴지 말라”고 했다.

그러자 강 위원장은 “대표인 양 군 적 없다. 전공의들이 직접 (외부에) 해야 할 얘기를 했다면 이런 수고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A씨는 “말을 해도 (정부는) 안 듣는데, 그러면 파업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북한이 침략해 왔는데 (국군) 장성들이 토론회나 열고 있으면 잘도 남침을 막겠다”고 했다. 정부를 북한군에, 교수들을 무기력한 아군 장성에 비유한 것이다.

강 위원장은 “지금 교수들이 (동맹) 파업을 안 해서 이 모양이라는 건가”라며 “당신 부모님이 병원에 입원해 있어도 (환자 지키는) 교수들에게 파업하라고 할 건가”라고 물었다. A씨는 “교수 당신들이 파업을 안 하고, (정부가) 무슨 짓을 하든 가만히 앉아서 진료만 보는데 무슨 말을 들어주겠느냐”고 답했다.

이에 강 위원장은 “(교수까지) 파업하면 그 피해는 누가 보나? 정부는 눈 깜짝 안 할 것”이라고 했다. 환자가 피해를 본다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파업은 당신 부모님이 입원하시면 그때 고려해보겠다”고 했다. A씨가 “긁혔네?(발끈한다는 뜻)”라고 하자, 강 위원장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모르는 인간과는 대화하지 않겠다”고 했다. 일부 전공의들은 이 상황에 대해 “의정 갈등이 길어지면서 사제지간 갈등도 심해져 안타깝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