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의대생과 함께 가겠습니다”
12일 오후 8시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 지하 1층 대강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키로 한 의협은 이날 의료계 수장 자리를 임시로 맡을 비대위원장 선거를 하루 앞두고 후보자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오후까지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 네 명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들 모두 의정 갈등 해결의 열쇠를 쥔 전공의·의대생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먼저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은 “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계가 한 자리에 모여 서로를 존중하고 합의를 이뤄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비대위 운영에 있어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중시돼야 한다”고 했다. 박 부회장은 “의료계 어느 직역보다 전공의, 의대생들의 희생이 컸다”며 “시대가 바뀌었다. 선배 세대가 그들의 의견을 무시한다면 대한민국 의료는 발전할 수 없다”고 했다. “그동안 전공의들이 의협을 중심으로 한 여러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도 했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투쟁’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절박한 상황에서 투쟁 없는 비대위는 있을 수가 없다”며 “협상은 당연히 할 것이지만 투쟁력이 없으면 굴종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매주 전공의들과 하고 있는 강력한 투쟁을 계속 할 것이고, 대통령 출근길 투쟁 등을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제는 집회에 많은 전공의, 의대생들이 ‘탕핑’이 아니라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이들과 끝까지 함께 할 것. (전공의들이) 진료실로 돌아가고 (의대생들이) 교육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0개월간 누구보다도 열심히 전공의, 의대생들과 함께 의료 농단 투쟁을 이끌고 있다”고도 했다.
주신구 병원의사협의회장은 ‘여야의정 협의체’를 철수시키겠다고 했다. 주 회장은 “현재 제일 시급한 건, 여의정 협의체 (참여) 철수”라며 “지금 사직하고 휴학한 미래 세대들이 반대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비대위와 관련한) 모든 일은 당사자(전공의·의대생)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전공의, 의대생들이 어떤 협상안을 가지고 왔을 때 전 회원 투표를 할지 말지 논의한 후 전체 투표를 하겠다”고 했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은 “대한민국 의사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이 지난 1년간 모두 물거품 된 것이 가장 마음 아프다”며 “이를 돌려주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황 회장은 “앞으로 두 달 동안 발로 뛰며 정부, 정치계 관계자들을 만나러 다닐 것”이라며 “국민들에게도 도와달라고 호소할 것”이라고 했다. “가장 중요한 전공의, 의대생과 함께 하겠다. 그들의 얘기를 최우선으로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했다.
13일 열리는 1차 투표는 대의원 24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과반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같은 날 결선 투표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