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전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페이스북에서 “그동안 박단(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왔던 자들이 무슨 일들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고 했다. 또 자신을 탄핵한 ‘의협 대의원회’의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임 전 회장은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 막말 논란 등이 커지자 지난달 계정을 닫았다. 하지만 탄핵 여론 반전에 실패했고, 결국 지난 10일 의협 대의원회 임시총회에서 출석 대의원 224명 중 170명의 찬성으로 탄핵됐다. 의료계 유일 법정 단체인 의협 수장이 탄핵된 것은 2014년 노환규 전 회장에 이어 두 번째다. 의협 대의원회는 차기 회장 선출 전까지 한 달여간 의협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을 13일 저녁 선출할 예정이다.
비대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임 전 회장은 다시 페이스북 계정을 열어 12일 밤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보궐)선거가 더이상 왜 필요한가”라며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했다. 이어 “분명한 건 본인이 누누이 얘기해왔던 ‘2025년 의대 정원 원점 재검토’까지 분명히 달성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간 ‘임현택 탄핵’을 앞장서 주장해왔던 박단 위원장을 저격한 것이다. 특히 임 전 회장은 해당 게시글의 댓글로 “그동안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왔던 자들이 무슨 일들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고도 했다.
임 전 회장은 올 3월 당선 직후부터 ‘누가 정부와 대화해야 하느냐’ 등을 놓고 박단 위원장과 대립해왔다. 당선자 시절엔 윤석열 대통령과 단독 면담한 박 위원장을 겨냥해 페이스북에 “외부의 거대한 적보다 내부의 적 몇 명이 날 더 힘들게 한다”고 썼다. 이에 박 위원장도 ‘임 회장과는 절대 함께할 수 없다’며 의협을 향한 불신을 표출해왔다. 지난 8월 의협 대의원회 임시총회에선 “임 회장이 물러나지 않으면 끌어내려야 한다”고 했다.
박단 위원장이 이끄는 대전협은 ‘임현택 탄핵’ 여부를 결정하는 임시총회를 사흘 앞두고 지난 7일 “임 회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의협 대의원들에게 임 회장 탄핵을 요청한다.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의협 대의원이기도 한 박단 위원장은 10일 탄핵 가결 직후 페이스북에 “결국 모든 길은 바른길로”라고 썼다.
임 전 회장은 13일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의협 대의원회’ 폐지를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의사협회가 근본적으로 변하기 위해선 내부로부터의 근본적인 개혁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결코 바뀌는 게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이번에 했다”며 “따라서 그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곧 구체안을 알려 드리겠다”고 했다.
또 자신의 탄핵과 관련해선 “회장직에서 탄핵당한 것에 대해 지지해 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시키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줘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