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유일 법정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박형욱(56)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선출됐다. ‘박형욱 비대위’는 임현택 전 회장 탄핵으로 공석이 된 회장을 새로 뽑을 때까지 약 두 달간 의협을 이끌 예정이다. 박 비대위원장이 의협 회장직에 출마할 가능성도 있다. 의협 회장 보궐선거는 60일 이내에 실시하도록 돼 있는데, 비대위원장도 출마 제한은 없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선출권을 가진 의협 대의원 244명 중 233명이 참여한 온라인 투표에서 123표(52.8%)를 얻어 선출됐다. 이어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 71표(30.5%),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35표(15%),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 4표(1.7%) 순이었다. 박 비대위원장이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으면서 결선 투표 없이 결정됐다.
박 비대위원장은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의대 증원의)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며 “비대위 운영에서 그동안 소외돼 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박 비대위원장을 공개 지지했던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2일 의협 대의원들에게 ‘박형욱 교수는 정치 욕심 없이 여러 면에서 중도를 지키고 계신다고 판단하고 있다. 각 병원 전공의 대표 72명이 동의 의사를 표했다’는 메시지를 보내며 공개 지지했다. 이에 의협 대의원회 의장단은 박단 위원장에게 비대위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며 경고문을 보냈다.
예방의학과 전문의인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충암고,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연세대 의대에서 보건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를 계기로 법 공부를 시작, 2005년 사법시험 47회에 합격해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단국대 의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8년 우리나라 최초의 연명 의료 중단 소송을 대리했고, 가수 고(故) 신해철 의료감정조사위원회 위원도 지냈다. 그가 이명박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할 당시 이기일 현 보건복지부 1차관이 선임행정관으로 함께 재직했다.
박 비대위원장이 구성할 비대위에는 전공의들이 상당수 참여할 전망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전날 의협 후보자 설명회에서도 “정부의 독단적 행정으로 인한 의료 파탄이 계속되고 있고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깊은 상처를 입었다”며 “비대위 운영에 있어 전공의와 의대생의 견해가 중시돼야 한다”고 했다.
12일 출범한 ‘여·의·정(여당·의료계·정부) 협의체’에 의협이 동참할지 여부는 ‘박형욱 비대위’가 정부와 이탈 전공의들 사이에서 사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여·의·정 협의체는 13일 비공개로 소위원회를 열었다. 협의체 관계자는 “14일 수능 일정을 감안해 오늘 의대 정원 논의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이번 비대위는 지난 5월 취임한 임현택 전 회장이 각종 막말 논란과 함께 지난 10일 6개월 만에 탄핵되면서 출범했다. 임 전 회장은 12일 밤 재개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의협 비대위원장과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 박단이 맡아서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며 “그동안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왔던 자들이 무슨 일들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한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