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 인근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동네 의원(1차)과 상급 종합병원(3차) 사이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지역 종합병원과 특화·전문병원, 이른바 ‘2차 병원’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한다. 또 의료사고 수사·기소가 중대 과실 위주로 이뤄지도록 의료진의 중대 과실 여부를 판단한 뒤 수사 기관에 의견을 내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칭) 신설도 추진한다. 다만 의료인이 종합보험에 가입하면 의료사고 기소를 면제해주는 형사 특례 법제화는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전날 7차 회의에서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2차 병원 육성’은 현재 3차 병원이 고난도 중증·희소질환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병상 수를 감축하고 있는 만큼 2차 병원의 중증 환자 진료·재활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상급 종합병원이 없는 지역의 2차 병원에는 응급수술 등에 가산된 수가(건보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를 적용하는 방식 등을 검토한다. 또 특화·전문병원을 육성하기 위해 병원 유형을 목적·기능에 따라 재분류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을 강화한다. 특히 뇌혈관·화상·심장·아동 등 분야는 전폭적으로 보상하겠다는 방침이다.

특위는 또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 시 의료 감정 결과를 토대로 의료진의 중대 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의료사고심의위 설치를 추진한다. 의사들의 필수의료 기피 원인인 사법 리스크(위험) 완화를 위한 것이다.

심의위는 정부, 의료계, 환자·시민사회, 법조계 등으로 구성된다. 수사기관에 사건이 접수되면, 의료분쟁조정원의 의료사고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필수의료인지 여부와 의료진 중대 과실이 있었는지를 판단해 수사기관에 의견을 제시한다.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수사·기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단순 과실이면 배상 조정 권고, 의료진 과실이 없는 불가항력 사고는 국가 보상을 권고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대 과실만 책임을 묻고, 단순 과실이나 불가항력 사고는 수사·소송 등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대신 의료인이 종합보험에 가입하면 기소를 제한하는 ‘의료사고 처리 특례법’은 향후 논의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편 의개특위는 지난 11일 출범한 ‘여·의·정 협의체’와의 기능 중복 논란과 관련해선 “협의체는 협의체대로 운영되고, 특위는 특위대로 의료개혁 현안 논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경실 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협의체는 당장의 비상 상황에서 어떻게 갈등을 해소할 것인가에 집중할 것이고, 의료개혁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집행할지는 특위에서 논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의개특위는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의료계 자리를 비워놨지만, 의료계는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