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욱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대강당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제1차 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전날 열린 비대위 1차 회의에서는 비대위원들의 상견례와 함께 비대위 운영 방향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뉴스1

지난 14일 2025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른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22일 정부에 “2025학년 의대 모집 중지를 촉구한다”고 했다. 2025학년 의대 증원분(1497명)을 철회하는 수준이 아니라, 올해는 기존 의대 정원인 3000여 명도 아예 뽑지 않음으로써 1년 수업을 쉰 학생들을 다시 교육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의대 진학을 준비 중인 수험생 등 국민 입장과는 너무 동떨어진 주장이란 비판이 나왔다.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3000명을 교육할 수 있는 환경에서 갑자기 6000명, 7500명의 의대생을 교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모집 중지)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며 전날 1차 비대위 회의에서 이런 방침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 (의대 증원 백지화 등) 요구 사항은 의학 교육과 수련 환경을 정상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며 “전공의·의대생은 물론 의대 교수, 개원의, 봉직의 등 의료계 전 직역을 하나로 모아 정부의 의료 농단 저지를 위해 함께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비대위 회의에서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여부는 아예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수능이 마무리된 만큼 내년도 의대 모집을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음 달에는 의대별 수시 합격자도 발표하는 상황에서 의대 모집을 중지하면 다른 전공 입시에도 영향을 줘 모든 수험생이 연쇄적으로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정부는 2026학년 의대 정원은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날 의협 비대위는 세종대와 일본 도쿄대 등이 과거 교육 여건을 이유로 신입생 모집을 중단한 사례가 있다며 반박했다. 세종대는 1990년 학원 자주화 투쟁 과정에서 학생들의 수업 거부로 대규모 유급 사태가 벌어졌고, 이듬해 신입생 모집 인원을 1200여 명에서 200여 명으로 6분의 1 수준으로 축소했다. 도쿄대는 1968년 학내 소요로 1969년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았다. 비대위 측은 “세종대 사태 당시에는 교육부가 입학한 학생들을 정상적으로 교육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모집을 정지시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