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이 지난 15일 세종시 타이어뱅크 본사에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상징인 ‘사랑의 열매’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김 회장은 저출생으로 국가 존립이 위협받는다는 생각으로 출산 가구에 타이어를 지원하는 출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신현종 기자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라는 세종시도 초등학교 교실이 점점 비어가고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야 기업도, 나라도 살 수 있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로 힘을 한번 보태보자고 생각했습니다.”

1991년 설립된 타이어 전문 유통·판매 기업 타이어뱅크의 김정규(59) 회장은 지난 15일 세종시 타이어뱅크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국 광역지자체 중 합계출산율이 가장 높은 세종시도 2015년 1.89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8년 만인 지난해 0.97명으로 반 토막 났다. 처음 합계출산율이 1.0명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김정규 회장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1.0명 선이 무너진 2018년부터 저출생이 국가·기업 존립을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했다”며 “우리 회사가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지난해 출산 장려 캠페인을 기획하게 됐다”고 했다.

타이어뱅크는 올 2월부터 출산 가구에 타이어를 지원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올해 아이를 낳은 가구에는 타이어를 최대 4개까지 반값으로 할인해 준다. 넷째 이상을 출산한 가구의 경우엔 타이어 4개를 아예 무상으로 교체해 주고 있다. 지금까지 약 3000명이 타이어 50% 할인 또는 타이어 무료 교환 혜택을 받았다. 한 고객은 회사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해 넷째 출산 후 병원비·양육비 때문에 힘들었는데 이런 선물을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글을 남겼다. 타이어뱅크는 또 이렇게 타이어를 교체한 출산 가구 가운데 추첨을 통해 두 달에 한 명씩 선정해 고급 세단 승용차도 선물로 주고 있다. 지금까지 당첨자 3명이 나왔다.

김정규 회장은 “처음엔 ‘정말 타이어를 바꿔주는 것 맞느냐’며 반신반의하는 분도 많았다”며 “최근 소문이 나면서 캠페인 광고를 보고 혜택을 신청하는 출산 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회사 차원에서 출산 장려 캠페인에 예산 1000억원을 배정했는데, 이 예산이 소진될 때까지 최소 5년 이상 캠페인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내년엔 셋째를 낳은 부모에게도 타이어를 무상 교체해 주는 것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연 매출액 4800억원 규모에 전국 490여 지점을 둔 타이어뱅크는 그간 꾸준히 사회 공헌 활동을 이어왔다. 2022년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 고액 기부 중소·중견기업 모임인 ‘나눔명문기업’에도 가입해, 이후 3억여 원을 기부했다. 사랑의열매는 전국 각지의 기업들과 함께 저출생 등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2019년부터 나눔명문기업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현재 나눔명문기업은 타이어뱅크를 포함해 총 534곳이다.

김 회장은 “저소득 가구 지원이나 사회복지 단체 기부도 계속하고 있지만, 출산 장려 캠페인이야말로 20년, 30년 뒤 우리 회사가 가장 칭찬받을 일”이라며 “엄마·아빠들이 ‘아이 낳으니 타이어도 주더라, 차도 받게 됐다’는 얘기를 서로 나누면서 화젯거리만 돼도 우리가 저출생 문제에 기여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어 “저출생은 정부나 대기업 몇 군데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우리 같은 중견기업, 중소기업도 다 함께 힘을 모으고 분위기를 조성해야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딸을 셋 둔 김 회장은 “출산·양육이 쉽지 않은 것도 잘 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작은 기업일수록 직장 어린이집도 없고 양육 여건이 열악한데 회사 차원에서 지원하기엔 여력이 부족하다”며 “그런 중견·중소기업 근로자와 맞벌이 부부의 양육 지원은 아이 취학 전까지 정부가 확실하게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여성 경력 단절도 줄이고, 고용률도 높여, 국가 차원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또 “많은 이가 아이를 낳기도 전에 태어날 아이가 아플까 봐 걱정하는데, 건강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국가가 강력히 지원해 주면 좋겠다”며 “아이 낳고 나라도 구하자는 타이어뱅크 출산 캠페인이 사회 전반의 출산 장려 운동으로 이어졌으면 한다”고 했다.

☞나눔명문 기업

사랑의열매가 대한민국 나눔 문화를 이끌고 기업 사회 공헌의 새 역할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2019년 만든 ‘고액 기부 중견·중소기업’ 모임. 최초 2000만원 이상을 기부하고, 3년 내 1억원 이상 기부를 약정한다. 등급은 기부 금액에 따라 그린(3년 내 1억원 이상), 실버(3억원 이상), 골드(5억원 이상)로 나뉜다. 현재까지 총 534곳이 가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