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급자가 700만명을 돌파했다. 1988년 국민연금 제도가 도입된 지 36년 만이다. 2022년 수급자 600만명을 넘어선 뒤 2년 만에 100만명이 늘어난 것이다. 국민연금의 노후 보장 기능이 강화되는 의미인 동시에, 매년 수급자는 늘고 가입자는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국민연금 기금의 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9월 정부가 발표한 연금 개혁안과 21대 국회 때의 여야 합의안을 수렴해 연금 개혁을 서둘러야 하지만, 22대 국회는 아직 연금개혁특별위원회도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날 국민연금 수급자가 처음으로 7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700만번째 수급자인 박모(63)씨는 1988년 4월 2일 사업장 가입자(근로자)로 가입해 298개월(24년 10개월)분 보험료 4395만원을 납부했다. 다자녀 부모에게 주어지는 출산 크레디트 혜택을 받아 가입 기간 18개월을 추가로 인정받았다. 이에 월 90여 만원을 이달부터 매월 받는다.
국민연금은 1988년 도입 때 사업장 가입자부터 시작해 자영업자를 포함한 지역 가입자 등으로 대상을 확대해왔다. 국민연금은 최소 10년 이상 가입하고 수급 연령(올해 기준 63세)에 도달하면 평생 동안 매달 받는다. 연금공단은 매달 연금 3조6000억원을 지급하고 있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 중 절반이 국민연금을 받고 있다. 노인 중엔 연금 가입을 안 한 사람도 많고, 연금 수급 최소 가입 기간인 10년을 못 채운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근로 연령 때 국민연금을 납입하다가 도중에 경제적 사정이 안 좋아져 보험료를 내지 못해 결국 연금을 못 받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실제 경기가 나빠지고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전체 국민연금 가입자의 약 18%가 사업 중단, 실직 또는 휴직 등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납부 예외자이거나 장기 체납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우리 사회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자 수급자 증가도 가속되고 있다. 2016년 수급자 400만명을 돌파한 뒤, 4년 만인 2020년 100만명이 늘어 500만명을 넘어섰다. 2년 뒤인 2022년 600만명을 넘어서고 다시 2년 만에 700만명이 됐다. 수급자가 늘면서 ‘고액 수급자’도 늘었다. 월 100만원 이상 수급자는 83만3000명이고, 월 200만원 이상을 받는 수급자도 4만4000명에 이른다. 보건복지부 제5차 국민연금 재정 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급자는 2040년 1345만명, 2050년 1645만명, 2060년 1718만명으로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가입자는 2040년 1827만명, 2050년 1520만명, 2060년 1223만명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든다. 국민연금 개혁이 없다면 2041년에는 국민연금 기금 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2056년에 기금이 소진된다.
그러나 연금 개혁은 지지부진이다. 정부는 지난 9월 현재 소득의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연령대에 따라 매년 0.25~1%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올려 최종 13%까지 인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21년 만에 연금 개혁 단일안을 내놓았지만, 국회는 아직 연금 논의 기구에 대한 합의도 못 하고 있다. 연금 논의 기구가 만들어지더라도 본격적인 개혁 논의에 착수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21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 공론화위원장을 지낸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미 낡아버린 제도를 시대에 맞게 개편하기 위해 연금 개혁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그간 이미 충분히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연금 개혁 준비를 해 왔기 때문에 국회가 하루빨리 결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