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대형 병원(빅5) 중 하나인 A병원은 최대 2.5배 오른 ‘응급실 진찰료 수당’을 9개월째 응급실 의사들에게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전공의 이탈 직후인 지난 3월, 정부는 응급실 의사들의 추가 이탈을 막기 위해 응급실 진찰료를 대폭 올렸다. 또 인상분(250%)의 절반 이상은 병원이 갖지 말고 응급실 의사에게 직접 주라고 했다. 의료계 인사들은 “이 수당 등을 합치면 응급실 의사들의 연봉은 1억원 이상 올랐다”고 했다. 정부는 각 병원에 “가급적 빨리 진찰료 수당을 응급실 의사들에게 지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A병원은 올 3~8월분 수당을 다음 달에 주는 ‘반기별 지급’을 하기로 했다. 사실상 수당 지급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계에선 “A병원이 응급의학과 이외 다른 필수 진료과들의 불만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많다. 정부가 올해 세 차례 응급실 진찰료를 인상할 때마다 다른 필수과 의사들 사이에선 “공정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왔다.
빅5의 한 외과 교수는 “응급실에서 24시간 환자를 받을 수 있는 건 그 배후의 다른 필수과 전문의들이 24시간 응급수술을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의정 갈등 속에서 응급실 의사는 물론 외과, 내과, 산부인과, 소아과 의사도 함께 고생하는데, 응급실 의사에게만 한 달에 200만~400만원(세후)의 ‘진찰료 수당’을 주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뜻이다.
의료계 일각에선 “정부가 언론 노출이 많은 응급의학과에만 신경을 쓰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A병원은 매달이 아니라 6개월마다 응급실 ‘진찰료 수당’을 지급해 타 과 의사들의 ‘불만 횟수’를 줄이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중환자가 병원에 들어오는 첫 관문인 응급실이 닫히면 사실상 중환자 치료가 중단된다”며 “다른 필수과에 대한 보상도 대폭 늘릴 것”이라고 했다.
의료계 인사들은 “지방 병원들은 경영난이 더 심해 진찰료를 다른 급한 불 끄는 데 썼을 수 있다”고도 했다. 영남 소재 B 상급종합병원은 인상된 응급실 진찰료의 일부만 수당으로 지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