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병원의 기본 환자식. 밥과 국, 반찬 4가지를 제공하고 있었다. /조선일보 DB

내년도 입원 환자의 한 끼 값이 4600~5530원으로 정해졌다. 입원 환자 식대(食代)는 정부에서 정하고, 보통 건강보험공단과 환자가 절반씩 부담한다. 올해보다 3.6% 인상됐지만, 대다수 병원은 “최근 식자재·인건비가 가파르게 오르는데, 라면·짜장면 한 그릇 값도 안 되는 터무니없는 수준”이라고 호소한다. 대한병원협회(병협) 산하 병원정책연구원은 최근 식비 문제와 관련해 각 병원 설문조사를 시작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보건복지부의 ‘입원 환자 식대 세부 조정안’에 따르면, 내년 식비는 올해보다 3.6% 인상된다. ‘일반식’ 기준 의원급 4600원, 병원급 5030원, 종합병원 5290원, 상급 종합병원 5530원이다. 당뇨 등 식단 조절이 필요한 환자용인 ‘치료식’은 올해(6170~6960원)보다 200원 정도 오른 6390~7210원으로 책정됐다. 의료 급여(생활 보호) 대상자의 내년 식대는 올해와 같은 4230원이다. 이 금액은 건보공단이 80~100% 부담한다. 식사 메뉴는 건강보험 환자와 같지만 병원은 4230원만 받는 것이다.

입원 환자 식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된 것은 2006년이다. 이전엔 각 병원이 값을 정했는데, 시민 단체 등에서 환자의 식대 부담이 너무 크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제도가 바뀌었다. 2015년까지는 병원 형태와 관계없이 3390원(일반식 기준)으로 고정됐다. 2015년 병원 규모 등에 따라 분류해 식대를 총액 기준 6%가량 인상한 뒤 2017년부터는 전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 변동률과 연동해 해마다 조정하고 있다. 그 결과 2006~2025년 오른 금액이 1200~2200원이다.

문제는 식료품 물가와 인건비다. 2023년만 해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3.6%였지만, 신선 식품 지수(생선·채소 등)는 6.8% 올랐다. 경남 지역 A병원 관계자는 “많은 병원이 적자를 감수하며 끼니당 7000~9000원 수준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병협 등에 따르면 최근 입원 환자 식대 원가 보전율은 60% 안팎으로 알려졌다. 나머지는 병원이나 외주 업체가 떠안는다는 얘기다.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영양사·조리사 인건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병·의원이 자체 영양사·조리사를 고용할 경우 주는 영양사 가산은 640원, 조리사 가산은 590원에 불과하다. 수도권 B병원 관계자는 “병원 영양사·조리사는 업무 강도가 더 높아 사직하는 사람이 있어도 새로 고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서인석 병협 보험이사는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른 2018~2020년에도 식대 인상률은 1%대에 그쳤다”며 “환자에게 최적의 식사를 제공하려면 식대 인상이 절실하다”고 했다.